면역계의 T세포가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를 구분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제시되었다. 이를 통해 면역관련 질병 치료 반응에 대한 정량적인 예측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UNIST(총장 이용훈) 의과학대학원 및 바이오메디컬공학과 박계명 교수팀은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자기반응성 T세포의 자가항원에 대한 반응이 오히려 자가면역억제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멀티스케일 시스템 생물학 및 비선형 동역학적 관점에서 제시했다.
우리 몸의 면역계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외부 병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등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지만 우리 몸 자체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자기반응성 T세포’는 우리 몸에서 생성된 자가항원을 인지 및 공격하는 방식으로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킨다. 최근 많은 연구를 통해 인간의 몸에는 예상외로 자기반응성 T세포가 상당수 존재하고 지속적으로 자가항원에 반응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면역계 전체의 관점에서 자가항원에 반응하지 않는 자기관용을 유지하면서도 외부항원에 대한 반응성을 유지하는 부분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못했다.
연구팀은 개별적으로 발표된 실험 결과를 종합해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량적 모델을 제시했다. ‘자기반응성 T세포’의 지속적인 활성화가 자가면역질환이 아닌 ‘조절 T세포’를 활성화시켜 자기관용을 유지하는 평형상태에 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역설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이 현상을 “자기(Self)-비자기(nonself) 대칭성 깨짐”이라 명명했다. 연구팀은 자기반응성 T세포의 면역반응을 최대로 활성화할 수 있는 문턱값의 존재를 도출했다. 조절 T세포의 선택적 작용으로 평소 자기반응성 T세포는 이 평형상태가 최대 활성화 문턱값보다 낮은 값으로 유지되지만 외부항원에 반응하는 T세포에서만 선택적으로 최대 활성화 문턱값을 넘어서 정상적인 면역반응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박계명 의과학대학원 및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이러한 세포 사이의 상호작용, 세포 내부에서 일어나는 동역학, 그리고 세포들의 공간적인 움직임을 모두 고려하는 멀티스케일 시스템 생물학 방법론을 통해 개별적 실험 결과로부터 얻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면역학계의 수많은 노력으로 면역학적 지식과 관련 오믹스 데이터가 빠른 속도로 축적되고 있다”며 “이러한 개별적 요소들을 전산수리 모델링 및 인공지능으로 통합하여 예측 모델을 구축하는 시스템 면역학을 통해 복잡하고 난해한 면역학적 현상들에 대한 보다 나은 이해와 면역계에 대한 정밀한 조절이 가능한 정밀 의학 시대를 개척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9월 8일 국제 학술지 Cell의 면역학 분야 자매지인 ‘Trends in Immunology’에 온라인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예일대 의대 연구팀과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으며 울산과학기술원, 기초과학연구원, 한국연구재단,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