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개비 성분을 코팅시킨 저렴한 흑연 음극재가 새롭게 개발됐다. 흑연 음극재의 성능 향상으로 전기차, 항공, 고속 충전 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화학공학과 이현욱 교수팀은 기화-응결 방법을 이용해 적린과 카본이 코팅된 다공성 흑연 음극재인 ‘흑연–인 복합체’를 개발했다. 개발된 복합체는 적린과 카본 코팅층의 이점을 이용해 흑연 표면에 생성되는 전자와 리튬 이온의 전도도를 높인다. 향상된 전도도는 고속 충전 시 전극 표면에만 집중되던 리튬 이온을 확산시켜 충전을 균일하게 만든다. 배터리에 문제를 일으키는 수지상 형성을 억제해 배터리 안정성 또한 향상시켰다.
음극재 개발은 배터리 안정성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흑연과 같은 음극은 충전할 때 생기는 리튬 농도 집중 현상으로 리튬의 이동이 제한된다. 이와 같은 충전의 불균일성은 상단부에 수지상 형성을 일으켜 배터리의 성능을 저하시킨다.
이현욱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이러한 비균일성을 완화하기 위해서 전극의 충전 과정에서 리튬 이온의 농도를 균일하도록 유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적린(붉은색 인)의 낮은 끓는점(280℃)을 활용해, 인 성분을 흑연 표면에 균일하게 기상 증착시켰다. 석영관을 녹여 흑연과 적린을 밀폐시킨 후 끓는점 이상으로 온도를 가하면 적린이 기화된다. 기화된 적린은 흑연을 균일하게 감싸게 되고, 온도를 내림으로써 증착이 이뤄진다. 특히, 원유를 분리할 때 생기는 잔류물인 ‘석유계 피치’를 추가로 코팅함으로써 적린의 부반응이 제어된 흑연-인 복합체가 완성된다.
연구팀은 개발한 복합체를 실시간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이미지 프로세싱을 통해 분석했다. 흑연은 충전에 따라 색상이 변화하는데, 개발된 흑연–인 복합체를 충전시킬 때 색상 분포가 깊이별로 균일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균일성 향상으로 고속 충전 시 수지상 형성 없이 안정적으로 충전됨을 광학현미경 영상을 통해 확인했다. 1,000싸이클 이상의 장기 고속 충·방전 테스트에서도 94.4%의 용량을 유지하고 99.8%의 쿨롱 효율을 보여 훌륭한 내구성 또한 확인했다.
이현욱 교수는 “흑연 기반의 음극재는 향후 10년간 리튬이온전지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따라서 흑연의 에너지 밀도와 고속 충전을 위한 연구는 흑연 기반 음극재 시장의 핵심 인자라고 할 수 있다”며 “저렴한 적린과 카본을 코팅한 흑연 음극재의 개발로 배터리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울산과학기술원 미래선도형 특성화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에너지 소재 분야의 세계적인 국제학술지인 ‘ACS 에너지 레터스(ACS Energy Letters)’에 8월 29일자로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