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경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정보바이오융합대학장)가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소개됐다.
이번 특집 기사에서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UCSD) 키아나 아란(Kiana Aran) 교수 추천으로 조 교수의 연구 성과가 다뤄졌다.
키아나 아란 교수는 조윤경 교수에 대해 “학계와 산업을 잇는 연구자로, 뛰어난 연구력과 기업가 정신, 리더십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두 사람은 2019년 중국에서 열린 학회에서 처음 만나 꾸준히 협력해 오고 있다.
조 교수는 기초 과학과 응용 연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적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화학공학과·재료공학 전공자로서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바이오메디컬 분야에서 실용화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즘 그는 혈액이나 소변과 같은 생체유체에서 엑소좀 등 세포 유래 물질을 효율적으로 분리·분석하는 ‘랩온어칩(Lab-on-a-chip)’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엑소좀은 세포가 분비하는 나노 크기의 입자로, 세포 간 신호 전달을 도와 의사소통 역할을 한다.
이 기술은 액체 생검(Liquid biopsy)을 통한 개인맞춤형 정밀의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엑소좀을 추출해 세포 간 대화 기전을 규명함으로써 기존 조직검사 한계를 극복하는 암 진단과 치료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연구 결과는 2019년, 2022년, 2023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됐다. 최근에는 극미량의 혈장으로 폐암 돌연변이를 감지할 수 있는 ‘EV-CLIP’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지금까지의 검사법으로 찾기 어려운 초기 폐암 세포를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으며, 치료 후 남아있는 잔류 암세포(미세잔여질환) 모니터링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교수는 연구 철학에 대해 “근본적인 과학적 호기심과 명확한 응용 목표, 두 가지 모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기초 연구라면 근본적인 ‘이유, why’에 대한 질문을 깊이 탐구하고, 응용 연구라면 유용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응용 연구는 단순히 논문 실적에 그치지 않고, 사회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그는 UNIST 설립 초기인 2008년, 교번 6번으로 합류해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 프로그램(WCU 사업)’을 이끌며 글로벌 수준의 연구 환경을 마련했다. 이는 UNIST 해외 석학 초빙과 우수 인재 유치에 필요한 기틀이 됐다.
또한,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쌓은 경력이 UNIST R&D 기술사업화에 결정적인 밑거름이 됐다. 실리콘칩 기반 PCR 기기와 현장진단형 혈액 검사 시스템 상용화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이전 스타트업인 랩스피너의 혁신 의료기기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
여성 과학자로서 여러 도전을 겪어온 그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크고 작은 선택의 주인이 되라”고 조언했다. 동시에 “실력과 인성을 겸비해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되어야 한다”는 연구자의 자세를 일깨웠다. 아울러, “크고 작은 실패를 마주해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용기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2022년부터 매년 영남알프스 완등을 목표로 등산을 시작한 조 교수는 이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학생들과 공유했다. 그는 “정상이라는 큰 목표는 처음엔 멀게만 느껴지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해야 일을 차근차근하다 보면 그 과정을 즐기게 되고, 어느새 정상 근처에 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산을 오르고 나면, 다음 산을 오를 때는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다”며 “연구도 마찬가지로 매일 작은 단계를 꾸준히 밟아가며 즐기다 보면 어느새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학생들과 연구원들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