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급변하는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어떤 문제라도 헤쳐갈 수 있는 지혜를 길러주고 싶어요.”
UNIST ‘청년 STEM 멘토단’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전공으로 배운 것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창의융합교육 전도사로 나섰다.
UNIST는 최근 재학생들로 구성된 멘토단 1기를 발족하고 청소년 대상으로 첨단과학 기반의 창의융합 멘토링 프로그램을 본격화했다. 단순한 재능기부나 봉사활동을 넘어 과학기술 인재가 가진 역량을 지역사회에 구조적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UNIST는 전담 조직인 리더십센터를 중심으로 2011년부터 누적 30개 이상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해왔다. 지역사회공헌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교육에 지금까지 참여한 학생 수는 누적 3만 명에 이른다.
대표적으로는 ▶과학 멘토링 ▶하이리더캠프(Hi-Leader Camp) ▶이공계 진로체험 ▶드림캠퍼스(DREAM Campus) ▶유니스트스템캠프(UNIST STEM Camp) 등이 있다. 프로그램별 평균 만족도는 4.7~5.0점 수준(5점 만점)으로 지역 학생들의 실질적인 과학 진로 이해도 향상과 진학 동기 부여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UNIST는 지역 기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프로그램을 지역봉사 차원이 아닌 과학기술기반 국립대학으로서의 공공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STEM은 학문 간 연계 학습과 결합을 통해 보다 ‘융합적인 사고방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독일, 캐나다, 싱가포르 등 주요국이 정책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분야다. 특히 미국은 ‘스템비전(STEM Vision) 2024’ 전략을 통해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STEM 교육 생태계를 통합적으로 구축하고 있으며 국가 안보, 경제적 번영,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STEM 역량을 극대화하자는 국가 비전하에 20여년간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다.
UNIST의 STEM 교육은 국내에서 보기드문 혁신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STEM 교육 컨텐츠는 여러 학문 지식이 필요한 현실적 문제 상황을 재구성하는 것으로 기획이 쉽지 않다. 일부 주요국에서는 대학생들이 직접 컨텐츠를 구상해서 중·고등학생을 교육하는 ‘Near Peer STEM Mentoring’ 방식을 많이 활용한다. UNIST도 이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청년 STEM 멘토들이 최신 과학기술 동향을 반영한 콘텐츠를 직접 기획해서 코칭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캠프가 정해진 실험을 따라 하는 방식이라면, UNIST STEM 캠프는 청소년들이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blemBased Learning) 방식으로 운영된다. 2024년 캠프에서는 ‘온실가스 대응 신재생에너지 솔루션’, ‘AI 기반 맞춤형 스토리 생성’, ‘구동원리 이해 및 소형자동차 제작’ 등 과학·기술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수준 높은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지역기관에서도 융합형 지역 인재 양성에 적극적이다. 울산시와 울주군, 북구청, 교육청 등의 지원으로 UNIST 리더십센터에서는 3년 전부터 울산지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STEM 캠프를 특화해서 운영하고 있다. 첨단과학기술 기반으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지역 기관과 협력해 운영 체계를 구축한 방식은 ‘교육-연구-사회환원’이라는 과학기술 고등교육기관의 순환구조를 실현하는 모델이다.
UNIST가 STEM 교육을 중심으로 사회공헌을 설계한 데는 울산 지역 기반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 울산시는 제조업 중심 산업도시로 디지털 전환(DX), 인공지능 기반 고도화(AI+X)를 추진 중이다. 이에 발맞춰 UNIST는 수도권 대비 지역 청소년의 과학기술에 대한 낮은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고, AI 시대에 필요한 창의융합 역량을 길러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리더십센터는 교육청·지자체와 함께 지역의 산업 특성과 연계한 맞춤형 STEM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미래산업 기반 체험형 교육, 울산 지역 인재 발굴, 산학연 협력형 콘텐츠 제작 등이 포함된다. 또 울산시교육청, 울주군, 북구청 등과의 다기관 협력 구조도 구축돼 있다. UNIST 리더십센터 관계자는 “STEM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은 직접 자율주행 자동차 프로그램을 코딩하고, 자동차를 제작하느라 밤잠까지 포기한다”며 “중·고등학생들이 프로그래밍한 코드가 오히려 대학생 멘토들의 연구 주제로 활용될 정도로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넘친다”고 말했다. 이어 “STEM 캠프 경험을 통해 지역의 많은 아이들이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창조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UNIST는 현재 울산 내 일부 구청이나 학교와 협력 중인 프로그램을 부산, 경남 등 타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STEM 멘토의 전문화, 콘텐츠 표준화, 우수 프로그램 전파 확산 등 구체적인 육성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본 기사는 2025년 6월 27일 중앙일보 공익섹션 ‘더버터’에 “AI시대 헤쳐갈 융합형 지역인재 키운다… UNIST ‘STEM 사회공헌 모델’ 구축”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