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과가 올해 지난달 26일에 열린 에쓰-오일 과학문화재단 시상식에서 차세대과학자상과 우수학위논문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UNIST 기초과학 연구와 수소에너지 분야에서 쌓은 축적된 성과가 이번 수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초고밀도 물리흡착·양자 기반 동위원소 분리 메커니즘 제시한 오현철 교수>
오 교수는 ‘제7회 에쓰-오일 차세대과학자상’ 화학 부문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상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에쓰-오일과학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젊은 과학자를 발굴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만 45세 이하 국내 연구자 가운데 최근 10년 연구 성과를 종합 평가해 선정한다. 기초과학·공학 6개 분야에서 한 명씩만 뽑히는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그는 나노다공성 고체 내부에 수소 분자를 극도로 높은 밀도로 채우는 물리흡착 기반 기술을 개발해 왔다. 특히 지난해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소공(hydridic small-pore) 구조가 액체 수소의 약 두 배에 이르는 초고밀도 저장을 구현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검증해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이 성과는 장기적으로 수소 운반체 설계와 저장 효율 개선, 인프라 비용 절감까지 연결될 수 있는 ‘기초이면서도 실용적인’ 발견으로 평가된다.
동위원소 분리 연구에서는 새로운 양자 선택성 메커니즘을 실험적으로 확립했다. 그는 극저온 환경에서 중수소만 선택적으로 붙잡는 제3의 흡착지점을 세계 최초로 제시하며, 기존 이해를 뒤집는 새로운 물리적 흡착 매커니즘을 제안했다. 더 나아가, 구조가 유연한 MOF에서 무거운 동위원소가 더 빠르게 확산되는 반전(diffusion inversion) 현상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이는 고비용·고에너지 공정인 극저온 증류를 대체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산업적 파급력이 크다.
국제 활동도 활발하다. 그는 ‘IEA Hydrogen Technology Collaboration Programme(H₂TCP)’에서 한국 대표이자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며 수소기술 관련 국제 협력을 총괄했다. 한국수소및신에너지학회 이사, 대한화학회 무기화학분과 운영위원, Heliyon 부편집장 등으로 활약하며 학문과 산업을 잇는 가교 역할도 맡아 왔다.
오 교수는 “이번 수상은 연구실 학생들을 비롯해 공동연구를 한 동료 교수님들 덕분”이라며 “수소 연구가 탄소중립과 안전한 에너지 전환에 실제 기여하도록 더 치밀하게 탐구하겠다”고 말했다.
<‘지능형 고체’ 개념 확장한 남주한 박사… Angewandte Chemie 3편 연속 게재>
화학과 남주한 박사는 ‘제15회 에쓰-오일 우수학위논문상(박사부문)’을 수상했다. 상장과 함께 천만 원의 상금도 받았다.
우수학위논문상은 기초과학·공학 분야에서 박사논문이 지닌 독창성·완성도·파급력을 평가해 매년 수여된다. 남 박사는 Zeolitic Imidazolate Framework(ZIF) 내부에서 일어나는 분자의 회전·접힘 등 미세한 운동(molecular motions)을 정교하게 분석해 ‘지능형 고체(smart solid)’라는 새로운 해석 틀을 제안했다.
고체가 단순히 정적인 구조물이 아니라, 미세한 내부 운동을 통해 기능을 스스로 조정하는 동적 시스템이라는 관점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이 개념을 수소 동위원소 분리 실험으로 확장해 구조–기능 간의 정량적 연결고리를 제시했다. 연구의 일관성과 정밀성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아, 2024년부터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에 제1저자 논문 3편을 연속 게재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올해 노벨화학상이 금속–유기 골격체(MOF) 분야 연구에 돌아가며, 설계 가능한 다공성 고체의 가치가 다시 세계적 조명을 받는 시점이라는 점도 연구 의미를 더욱 키웠다. 국내외 연구자들은 “ZIF의 동적 거동을 정량적으로 읽어낸 사례 가운데 가장 체계적인 연구 중 하나”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남 박사는 “오랜 시간 쌓아온 실험과 고민이 의미 있게 평가되어 감사하다”며 “구조의 언어로 기능을 이해하고, 기능의 언어로 새로운 물질을 설계하는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대한화학회 우수박사학위논문상(2025), 한국방사광이용자협회 신진학술상(2025) 등 주요 학술상을 잇따라 받으며 잠재력과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연구재단(NRF) Post-Doc 성장형 공동연구 지원사업, 미래수소원천기술개발사업, 그리고 UNIST 글로벌 포닥 단기활동 지원을 받아 독일 TU Dresden에서 국제공동연구를 수행하며 연구 영역을 넓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