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는 1978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를 국내 37년 원자력발전소 역사상 처음으로 영구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의 영구 정지 권고 결정에 따라 수명 연장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원전의 운전 기간에 따른 안전성, 주민수용성, 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폐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폐로를 하게 되면 부지를 다시 원자력발전용지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원자력발전소의 설비들을 절단, 방사성폐기물을 처리 처분하고, 오염 토양을 복원하는 등 원래의 깨끗한 상태로 되돌려 주는 해체 활동이 이어지게 된다. 마지막으로서의 폐로가 아니라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자력에너지 이용의 새로운 시작으로서의 폐로이다.
고리 1호기는 2017년 6월까지 운전을 끝으로 가동 정지되고 2018년까지 한수원에서는 해체 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하게 된다. 주요 해체 공정은 △영구 정지 △해체 준비 △제염 △해체 △폐기물 처리 △부지 복원 △규제 해제의 단계로 나뉜다. 영구 정지가 되면 사용후핵연료를 제거하고 시설 유지 및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해체 전략을 수립한다.
방사선원항 평가 등 시설의 특성을 분석, 해체 비용을 평가하고 해체 계획을 수립해 인허가를 취득하는 등 해체 준비를 한다. 이후 실제적인 해체 활동에서는 원전 핵심 설비 및 건물을 제염하고, 원자로 압력용기, 증기 발생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 등 핵심 설비들과 2차 계통 및 보조 계통, 그 외 구조물 및 설비를 해체한다. 이 과정에서 기계적인 절단, 원격 절단 등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해체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고 포장, 이송해 최종처분이 되도록 한다. 이러한 제염, 해체, 폐기물 처리에 소요되는 기간은 10여년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해체 공정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마지막으로 원전 해체 부지의 토양 오염을 제거하고 잔류 방사능을 평가하여 부지를 복원하고 개방함으로서 원전 부지는 규제 해제가 된다.
사용후핵연료의 냉각 기간 (5년), 임시 저장, 중간 저장 부지 또는 영구 처분장 등을 고려할 때 미래 어느 시점에서 가시적인 해체 활동이 시작이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고리 1호기 단독으로 해체 작업을 할 경우 빨라도 2023년 이후가 될 것이다. 물론 고리 원자력발전소와 같이 다수호기가 밀집해 있는 부지의 경우 원전의 안전과 보안을 위해 인접 호기가 영구 정지되고 나서 해체를 권고하는 IAEA 권고를 따른다면 더욱 늦게 해체 활동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여하튼, 원전 해체가 10년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고 방사선 환경이라는 특성을 감안할 때 해체에 필요한 고난도 기술들을 포함한 원전해체 기술을 지금부터 차근히 준비하고 실증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일반적인 산업기술의 원전 해체 적용성 실증과 더불어 고방사성환경에서의 원격 절단, 방사성 핵종 안정화, 저준위 방사선 부지 현장 측정과 같은 기술들은 미리 확보해놓아야 할 기술들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 해체가 완료된 2MW 연구용원자로에 대한 해체 경험을 갖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주관해 1998년부터 시작한 10여년간의 해체 활동을 통해 연구용원자로에서 발생되는 폐기물들을 절단, 제염하고 부지 복원을 하는 등의 기술적 경험을 확보했다. 원자력시설 해체 소요 기반 기술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38개 핵심 기반 기술 중 17개를 가지고 있다. 미확보 기술은 국내 산학연이 해외 선험국과의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개발 실증하면 된다.
사실, 해체 기술 개발 역량 관점에서 고리 1호기 건설부터 참여해 직접적인 원전 기술력을 가진 현대중공업과 포뉴텍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산업체들이 울산에서 원전 해체 활동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원전 해체 기술 인력 양성 기반, 방사성폐기물 제염 기술 기반, 해체 부지 환경방사능 현장 감시 및 원격 절단 기술 기반을 가지고 있는 유니스트를 비롯한 한전원자력대학원대학교, 울산대학교 및 울산테크노파크 등 연구기관과 대학들이 원전 해체 기술 개발 인프라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40여년전 턴키 방식으로 외국 기술에만 의존하여 발전소를 도입한 우리나라가 지금은 세계 시장에서 원전 수출국이 됐다. 이제 원전 건설의 기술 역량을 원전 해체 기술로 승화시켜 장차 세계 해체 시장을 선점할 일이 남아 있다. 먼저 (First) 변화하면 (in Change) 되는 것이다.
김희령 UNIST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5년 7월 1일 울산매일 14면에 ‘원전 폐로와 해체 기술 역량 구축’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