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는 기본이다. 무인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라는 단어도 낯설지 않고 수소연료전지차, 변신자동차, 3D프린터로 만든 자동차까지 미디어와 언론에 연일 오르내리다 보니 새로운 자동차가 돌아다니는 미래가 바로 눈앞에 나타난 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 서울에서 보이는 하이브리드차 몇 종을 제외하고는 그런 신기한 차를 좀처럼 길거리에서 볼 수 없는 것도 우리나라 오늘이다. 새로운 것을 선택하는데 신중한 우리나라 소비자의 모습 때문인지, 기술개발과 인프라구축에 신중한(?) 기업 탓인지 모르지만(알지만 코멘트하지 않겠다), 미디어에서 보이는 것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해서 ‘나와는 상관없겠거니’나 으레 있는 ‘먼미래에 관한 언론의 호들갑’ 쯤으로 생각할까봐 걱정이다.
왜냐면 진짜 현실이기 때문이다. 국내엔 아직 일반 소비자가 타고 다니는 변변한 전기차 전용 모델 하나 없지만, 북미, 일본, 유럽은 수많은 브랜드의 전기차가 길거리에 돌아다닌지 벌써 5년이 넘었고, 마트나 공공 장소 주차장의 충전시설도 흔하다. 유럽으로 출장 가는 기내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가 곧 이탈리아 공항에서 타고 나갈 렌터카가 전기차인데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자율주행자동차? 그것도 올해 말, 내년에 유럽과 미국에서 모 브랜드차량을 살 때 선택하는 ‘자율주행 기능’이라는 옵션의 한 품목이 된다. ‘이렇듯 세상은 첨단으로 달려가는데 우리는 왜 아직도 먼 미래라 치부하며 재래식 현실에 머무르고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하면 ‘그게 뭐 어때서?’, ‘우리가 굳이 앞서 도입해서 베타 테스터가 될 필요는 없지 않나?’며 느긋한 지인이나 공직자, 심지어 자동차기업 임직원도 있기에 자동차 전문가라는 필자가 걱정이 안될 수 없다.
결코 단순한 부분적 변화가 아니다. 전기차의 등장으로 그저 주유소가 전기 충전소로 변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무인자동차가 나오더라도 차체 구조나 모양이 별 차이 있겠냐는 ‘초긍정’ 마인드도 큰 실수다. 기본적으로 전기에너지는 유류에 비해 단가가 낮고, 충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기름 가득 채우는 3분이면 대당 10만원 매출이 나오는 현재의 주유소는 전기차 충전소로 바뀌어봤자 적자다. 에너지 기업들의 사업구조도 완전히 바뀐다.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은 ‘스스로 움직이고 위험을 감지하면 정지하네! 우와 신기하다!’가 아니라 ‘충돌이 원천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교통환경이 생긴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현재 차량간 충돌을 고려한 차량설계방향은 물론 에어백이나 범퍼, 충돌안전 관련 부품 기업의 미래도 완전히 바뀐다. 그 뿐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자율주행차량의 보급으로 차량간 충돌사고가 사라져 차량정비, 보험이나 렌터카 사업의 모양새도 변화의 폭풍에 휘말릴 것이다.
곧 단순한 주유소는 사라지고, 최소 20~30분의 충전시간을 감당할 비즈니스가 전기차충전소에 필요할 것이다. 주변에 충전시설을 보급하는 사업도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다. 사고수리 중심의 판금, 도색, 정비사업은 개업하지 않는게 좋다. 지금와서 엔진, 흡배기 계통을 튜닝하거나, 기존 동력계 부품을 강화, 개발하거나, 고성능화해서 키워보겠다는 생각은 아예 접어야 한다. 혹시나 그런 생각으로 새 사업을 구상하거나, 정책을 추진하려는 국가기관이나 지자체가 있을까봐 하는 말이다.
요즘 읽는 책에 나온 노자의 말씀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미래만 제외하고.’ 그렇다. 자동차 전공 교수 나부랭이에 불과한 필자가 어찌 감히 미래를 예측해서 잘될 산업, 망할 사업을 논하겠는가. 다만, 필자는 ‘미래’가 아닌 ‘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운전자 없이 스스로 가고서는 차 안에서, 마주앉아 이야기하는 세상은 유감스럽게도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다. 그래도 궁금하면 오백원!
정연우 유니스트 교수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본 칼럼은 2015년 7월 13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미래 자동차와 잘 될 산업, 망할 사업’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