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제안됐다. 원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원전을 중지시키는 동시에 냉각시키는 ‘하이브리드 제어봉’이다. 기존 발전용 원자로 들어가는 제어봉에 ‘히트 파이프’를 접목한 이 아이디어는 최근 국제 학회에서 논문상을 수상했다.
방인철 UNIST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팀(김경모․김인국․정영신 연구원)은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제16회 원자로 열수력 학술대회(NURETH-16)’에서 ‘최고 논문상(Best Paper Award)’과 ‘최고 학생 논문상(Best Student Paper Award)’을 받았다. 이 대회는 미국 원자력학회(ANS)가 격년으로 개최하는 열수력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대회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벌어졌다. 당시 안전시스템이 작동해 원자로는 정지했지만, 남아 있던 열을 제대로 식히지 못해 노심이 녹고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퍼져나갔다. 이 사고 이후 정전 상황에서도 원전을 냉각시킬 방법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됐다.
방인철 교수팀은 전자기기 등의 냉각장치로 많이 쓰이는 히트 파이프를 원전에 도입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히트 파이프를 가운데 구멍이 있는 원통형으로 설계하고, 가운데 부분에 중성자 흡수물질을 집어넣은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가운데 부분의 물질이 원자로 내부에 있는 중성자를 흡수해 핵분열을 멈추고, 바깥쪽 히트 파이프가 원자로를 냉각시킬 수 있다.
방인철 교수는 “하이브리드 제어봉은 원전 사고 시 중력에 의해 자동으로 낙하하는 제어봉과 결합하는 개념”이라며 “원자로 내부의 반응도를 제어해 안전정지뿐 아니라 원전 정지 후 핵분열 붕괴열도 직접 제거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김경모 UNIST 원자력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원전 사고 시 원자로 발전을 멈추면서 열까지 잡아먹는 새로운 개념의 안전장치”라며 “외부 전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냉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꿈의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제안된 하이브리드 제어봉은 원자력 원천기술로서 가치도 크다. 현재 전기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경수형 원자로뿐만 아니라 차세대 중소형 원자로, 액체 금속로, 용융염원자로, 사용 후 핵연료 저장 공간 등에 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인철 교수는 “하이브리드 제어봉은 중성자를 흡수하면서 냉각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학회에서 주목받았다”며 “이번 논문을 통해 하이브리드 제어봉이 실제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만큼 향후 열 제거 용량을 늘리는 등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하이브리드 제어봉 기술 개발은 미래과학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의 원천기술 과제에서 지원받아 수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