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들어 유가의 등락이 한층 더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중순 배럴당 20달러 중반대까지($26.21) 하락했던 WTI 유가는 최근 한 달만에 배럴당 40달러를 돌파하는등 약 50%정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된 이유로는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발표에 따른 달러 약세추세 및 경제기초 측면에서의 공급과잉 분위기 완화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가격정보전문기관(Argus사)도 언급한 것처럼 가격이 급등할 이유를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면 모든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의 총합인 시장 심리(Market Sentiment)가 한 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특정 세력에 의해 오버 슈팅되고 있는 것인가? 이처럼 국제유가는 시시각각 변동하고 있는데 과연 유가의 결정권자는 누구인가? 이러한 의문에 대해서 앞으로 두, 세번에 걸쳐서 1)석유시장 참여자들의 유형, 2)참여동기, 전략 및 행태, 3)석유시장참여자들의 거래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생태계는 어떻게 조성되고 지원돼야 하는가? 최근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국제석유거래소간의 합종연횡(合從連橫)이 주는 시사점, 우리의 대응 전략 등을 살펴 보기로 한다.
주지하다시피 국제석유시장에는 수많은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고 있다. ‘수직적 일관조업체제’를 갖춘 수퍼 메이저 석유회사로부터 석유.가스 생산자, 석유·가스·전기 트레이더, 석탄거래업자,정제업자,석유화학사, LPG 거래 업자, 발전회사,투자은행(IB), 인덱스 투자자, 석유시장 브로커, 연기금등 각종 투자자, 전자 상거래업자(E-Traders), 헷저(Hedgers), 피더 펀드(Feeder Fund), 헷지 펀드(Hedge Fund), 스캘퍼(Scalpers) 및 투기적 거래자(Speculators), 데이 트레이더(Day traders),포지션 트레이더 및 재정거래자(Arbitrageurs), 시장조성 거래자(Market makers), 최종 소비자(항공사,선박회사, 석유·가스 다소비업체) 등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국제 석유.가스시장에 참여하는 동기는 참여자마다 상이할 수밖에 없다. 우선 상.하류 전(全) 가치사슬에 참여하고 있는 수퍼 메이저(Super Majors)는 수직적 일관조업체계와 다각화된 경영체제를 갖고 있어 비교 우위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글로벌 마아케팅과 때로는 시장 조성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영업이익의 65~90%를 상류부문에서 실현하기 때문에 원유판매가격의 관리는 극히 중요하며 하류부문에서 생산되는 석유제품의 판매가격관리 또한 중요하다.
둘째, 생산자 그룹의 경우,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산유국 국영석유사는 장기적으로 안정된 원유 판매수익확보와 하류부문의 석유제품 판매가격관리가 중요하다. 또한 잘 나가던 70년대 향수가 아직도 남아 있어 기회가 되면 공급과 가격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자원보유가 부족한 소비국 국영석유사(중국, 인도 등)는 지속적 경제성장에 필요한 장기 에너지 안보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또한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류부문에 특화했으나 수직적 통합구조를 구비하지 못한 독립계 석유회사(Independent Oil Cos)는 유가의 변동성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중.장기 판매가격 위험관리가 필수적이다.
셋째, 정제업자는 가능한 한 저렴하게 구입해야 하는 원유구입가격과 가능한 한 비싸게 팔아야 하는 석유제품 판매가격에 동시에 위험이 노출돼 있다.
넷째, 국제 트레이더는 트레이딩(실물과 페이퍼거래)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석유시장에서 브로커 역할도 하고, 실물자산을 갖고 있으면서 가격위험을 줄이기 위해 시장에 참여하는 수많은 헷저들에게 거래유동성을 제공하기도 하며 때로는 가격에 대한 방향성을 예측하고 위험을 부담하면서 시장 조성자로서 참여하기도 한다.
다섯째, 연기금, 보험사 및 펀드 운용 기관투자가는 목표 수익률 달성 및 위험분산 목적으로 석유 상품시장에 참여하게 된다.
끝으로 헷지 펀드, 스캘퍼, 재정거래자 등은 오직 투기적 동기에서 석유시장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의행태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으나 석유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제공하는 등 거래활성화의 촉매제로서의 긍정적 기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김관섭 UNIST 초빙교수/경영학부
<본 칼럼은 2016년 3월 28일 울산매일 21면에 ‘[오피니언]석유시장 참여자, 그들은 누구인가?’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