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중반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국제유가가 지금은 그 당시 가격의 1/4~1/3수준에서 저유가의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도 국제유가의 부침과 동조화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세계경제 또한 좀처럼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지속되고 있는 저유가의 늪은 급기야 이제 산유국들의 재정을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대 산유국 사우디 아라비아조차도 글로벌은행으로부터 100억불을 차입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이는 19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사태때 10억불을 차입한 이후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014년 이후 외환보유액은 1,500억불이 감소했고 금년도 재정적자규모가 GDP의 19%에 달할 전망이다.
이밖에 앙골라도 IMF에 15억불 금융지원을 요청한 바 있고 나이지리아도 지난 2월 세계은행에 긴급자금지원을 요청했고 아제르바이잔도 IMF에 구제금융지원을 논의중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처럼 소비국의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산유국의 경제, 재정, 복지, 정치적 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는 시장에서 어떻게 결정되는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선 시장구조를 조망해 보고 후에 주요 시장참여자들의 역할과 기능 특히, 금융기관 참여자들의 참여행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상. 하류 전(全) 가치사슬에서 이뤄지고 있는 석유거래는 지극히 불규칙적이고 복잡하다는 점이다.식물학자 로버트 브라운이 수면위의 꽃가루를 관찰하다가 크기가 작은 입자들이 일정하지 않은 방향으로 끊임없이 운동하는 현상을 발견하고 후에 ‘브라운 운동’(Brownian Motion)이라고 명명됐는데 석유거래 또한 이에 비유될 수 있을 정도로 복잡하게 이뤄진다. Brent유 선도 거래의 경우만 해도 수십 번 많게는 40번 정도의 손바뀜이 되기도 하고 또는 실물생산자가 매도한 실물카고가 손바뀜을 게속하다가 다시 생산자의 소유로 넘어오기도 한다.
또한 시장 대표유종(Bench marker) 이외의 원유를 거래할 때에는 상장된 가격이 없기 때문에 서너차례 헷징거래를 해야한다. 우선은 대표유종(예, Dubai)가격에 연동한 실물거래계약을 체결한후 선물시장에 들어가 헷징을 하고 장외시장에서 다시 스왑거래(예, Oman 원유구입시 BRENT-Dubai-Oman)를 해야 비로소 구입가격을 고정시킬 수 있다. 즉 한 건의 실물계약이지만 3-4차례의 페이퍼 거래를 수반하게 되는 것이며 따라서 페이퍼 거래규모가 실물거래규모보다 많을 수 밖에 없다.
다음은 석유시장에는 시장간 서로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상호관련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계석유시장을 크게 아시아, 유럽, 북미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 시장은 다시 현물시장과 페이퍼 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아시아 시장 현물거래 움직임은 역내 Dubai 선도시장과 Tapis Swap 시장 및 유럽 Brent 현물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Dubai 선도시장은 다시 유럽의 Brent 선도시장에, Tapis 스왑시장은 ICE 선물시장에, 뉴욕상업거래소(NYMEX) 선물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유럽시장은 역내 현물, 스왑 ,옵션시장뿐만 아니라 전방위로 북미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북미시장은 역내 현물, 선물, 스왑, 옵션시장 및 다시 아시아 시장으로 전방위로 영향을 미치면서 석유시장가격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 또한 이해를 위해 도식적으로 표현한 것일뿐 실제 거래 행태는 이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결국 석유시장 참여자들이 각자 다른 동기와 참여 형태로 참여하고 있지만 장기유가는 장기수급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장기 수요와 공급이란 큰 틀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혹은 ‘유가결정의 핵심(linchfin)’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비해 단기유가는 단기적으로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급요인들(유전노동자 파업, 파이프라인 폭발 등 생산 및 수송장애, 정정불안, 미국 EIA재고발표, 특정시장참여의 참여행태 등) 석유시장참여자들에게 현재 주고 있는 시장심리(Market sentiment)에 의해 결정된다고 봐야할 것이다. 혹자는 이를 시장참여자들의 ‘기대치의 합치점(Convergence of Expectations)’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즉, 생산자,소비자, 산업계, 시장분석전문가들 공히 지나치게 높은 가격 또는 지나치게 낮은 가격은 석유업계에 해로우며 ‘모두가 만족하게 여기는 가격’이 있는데 이를 ‘가격대의 초점(Focal point)’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끝으로 석유시장 자체뿐만 아니라 금융시장과 상품시장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본의 이동흐름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2000년대 이후 이들 자금의 빈번한 이동이 유가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김관섭 UNIST 경영학부 초빙교수
<본 칼럼은 2016년 4월 25일 울산매일 21면에 ‘국제석유가격 어떻게 결정되나?’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