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재적소(適材適所)’는 단백질 세계에도 통하는 말이다. 각 단백질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꼭 맞는 자리에 알맞은 형태로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세포 속 단백질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 질병 연구나 신약개발에 활용하려 한다. 여기에 도움이 될 획기적인 기술을 자연과학부 연구진이 개발했다.
이현우 자연과학부 교수팀은 세포 속 단백질의 위치를 간단하게 알아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소포체나 미토콘드리아 같은 세포 속 작은 기관 수준에서도 단백질의 위치나 형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과산화효소(peroxidase, 퍼옥시데이스)’를 촉매로 써서 세포 속에서 화학반응을 유도한다. 화학반응이 일어난 결과는 형광이나 발광을 이용해 손쉽게 검지할 수 있다. 특히 과산화효소의 반응은 세포 내 단백질의 위치에 따라 매우 다르게 진행되므로, 원하는 단백질의 정확한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 화학반응이 어떤지를 먼저 보고 거꾸로 단백질 위치를 추적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이송이 자연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기존에는 세포를 깨뜨린 다음 단백질 위치를 파악해야 해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시료 준비가 까다로운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새로운 기술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정확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현우 교수는 “단백질들은 각각의 위치에서 서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세포소기관에서 단백질 분포가 어떠한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여러 단백질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세포생물학 연구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토콘드리아 같은 세포 속 작은 기관에서도 단백질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양한 단백질 위치를 알 수 있는 범용적인 방법이라 학계에서도 각광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UNIST와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세포 생물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셀 리포츠(Cell Reports) 5월 24일자에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