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에서 1~2초만 돌리면 고품질 그래핀을 만들 수 있다.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비싸게 만들던 고품질 그래핀을 대량생산할 길이 열렸다.
UNIST 동문 양지은 박사와 신현석 자연과학부 교수, 정후영 연구지원본부 교수가 참여한 논문이 사이언스(Science) 2일자에 게재됐다. 전자레인지에 쓰이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고품질 그래핀을 완성하는 기술이다. 고품질 그래핀을 값싸게 대량생산해 그래핀 상용화를 앞당길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핀은 크게 ‘대면적 그래핀’과 ‘그래핀 플레이크’로 구분되는데 각기 용도가 다르다. 대면적 그래핀은 스마트폰의 터치패널 등에 쓰이는 투명전극에 적합하다. 그래핀 플레이크는 가루나 용액이 대량으로 필요한 전도성 잉크나, 고분자 복합재료, 촉매 등에 쓰인다. 일반적으로 대면적 그래핀은 화학증기증착법으로 합성하고, 그래핀 플레이크는 흑연을 산화시켜 산화그래핀을 만든 뒤 이를 환원시켜 얻는다.
대면적 그래핀에 비해 그래핀 플레이크는 고품질 그래핀을 얻기 어렵다고 알려졌다. 흑연을 산화하는 과정에서 그래핀 고유의 구조가 깨지기 쉽고, 산화그래핀에 붙은 산소 기능기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결함도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양지은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은 고품질 그래핀 플레이크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흑연을 산화시켜 얇게 떼낸 산화그래핀을 300℃ 온도에서 부분적으로 환원시킨다. 그런 다음 전자레인지에 넣어 1~2초 정도 마이크로파를 가하면 된다.
양지은 박사는 “부분적으로 환원된 산화그래핀은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를 효과적으로 흡수한다”며 “이 덕분에 아주 짧은 시간에 산화그래핀에 있는 산소 기능기를 제거할 뿐 아니라 결함이 생긴 그래핀 평면도 빠르게 재배열시킨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방법으로 만든 그래핀의 산소 함량은 4%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방식으로 제작한 그래핀의 산소 함량 15~25%보다 현저히 낮은 비율이다. 그래핀 플레이크의 결함도 매우 적어 전하 이동도도 뛰어났다.
이번 연구에 저자로 참여한 신현석 UNIST 교수는 “화학적인 방법으로 제조한 그래핀 플레이크의 품질이 대면적 그래핀의 품질 수준과 비슷하게 나타났다”며 “경제적으로 대량의 고품질 그래핀을 제조할 원천기술을 확보한 만큼 그래핀 플레이크의 적용 분야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뿐 아니라 영국을 포함한 EU, 미국, 싱가포르, 중국 등에서 경제적으로 그래핀을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 고품질 그래핀 대량생산 기술은 재현성이 떨어지고 매우 비싼 미개척 시장이므로 미래 사업화를 위한 원천기술 확보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는 미국 럿거스대(Rutgers University) 공과대학 재료공학과 매니시 초왈라(Manish Chhowalla) 교수다. 초왈라 교수는 UNIST 초빙교수로 신현석 UNIST 자연과학부 교수와 정후영 UNIST 연구지원본부 교수와 공동 연구를 진행해왔다. 양지은 박사는 신현석 교수의 제자로 UNIST 졸업 후 초왈라 교수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글로벌 프론티어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사업단 및 연구재단 중견핵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