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뜻 환경 분야라고 하면 영리를 추구하는 일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환경보호는 이윤을 추구하기보다는 공익을 지향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될 일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게 된다.
따라서 환경은 사기업보다는 비정부기구나 환경시민단체, 혹은 정부가 주도해야하는 분야로 인식할 수 있다. 환경 분야에서 비영리 기관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환경 분야는 이미 연간 세계시장규모 일천조 원 이상의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한 것 또한 사실이다.
환경산업은 대기, 수질, 토양 등 다양한 매체의 오염을 분석하고, 오염된 매체를 정화하며, 오염을 예측하거나 최소화하는 모든 활동들에 필요한 시설과 재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다. 기본적으로 환경산업은 규제의 산업이다. 환경규제가 늘어나고 엄격해질수록 이에 대응하기 위한 수요가 발생하고 환경산업은 발전한다.
지난 수 세기동안 급격한 인구증가와 산업발전에 따라 환경오염과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각종 환경규제들이 생겨나고 기준들이 강화돼 왔다. 또한, 분석기술과 독성평가기술 등의 발달도 환경규제 강화의 모멘텀으로 작용했는데, 이는 기존에 인식하지 못했던 신규 오염원 및 오염물질들이 발견되고 상용화된 화학물질들의 새로운 독성이 규명됨에 따른 것이다. 환경규제의 강화뿐만 아니라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보건 및 환경의식의 고취 또한 환경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다.
전통적으로 환경산업의 주요 생산품은 상하수도 기반시설, 산업폐수 및 배기가스 처리시설, 담수화 플랜트 등의 산업 및 공공 인프라 시설이었으나 최근에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음식물 처리기 등의 소형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다변화되고 있다. 환경산업은 이러한 환경규제 강화 및 삶의 질 향상에 힘입어 향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환경산업의 다변화 및 성장에도 불구하고 울산의 환경산업은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울산지역의 환경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한 중소기업들로 주요 사업분야도 폐기물 및 폐수의 수탁 처리 등 일부 분야에 편중돼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그간 해수담수화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2014년 이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플랜트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환경산업은 자동차, 조선해양, 정밀화학과 더불어 울산지역의 4대 전략산업 중 하나이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지역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통해 기술 및 인력,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직접적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한편,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한 신기술개발 및 인적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환경산업의 경우 울산의 다른 전략산업들에 비해 기반이 취약하고 아이디어 및 인식의 부재로 인해 이러한 지원의 혜택을 크게 누리지 못했다.
산업수도인 울산은 지난 근대화 과정에서 오염도시 및 공해도시의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울산시는 이러한 오명을 벗고 친환경 생태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그동안 대대적인 환경복원사업을 추진해왔고 만족할만한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환경산업의 허브로 도약해야 한다. 울산은 산업단지 내에 다양한 오염원들, 즉 산업폐수, 폐기물, 대기오염물질 및 이산화탄소의 배출원들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환경산업의 수요처 및 테스트베드로서 오히려 환경기업들의 좋은 입지 조건들을 제공한다. 물 부족의 위기를 기회로 극복해 세계적인 워터허브로 도약한 싱가폴의 예와 같이, 오염의 배출원인 산업도시의 여건을 발판으로 삼아 울산을 환경산업의 중심지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산학연 전문가들과 시정부 공무원들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중장기적인 로드맵의 수립이 필요하다.
이창하 UNIST 교수.도시환경공학부
<본 칼럼은 2017년 1월 5일 울산매일신문 17면에 ‘[현장소리 칼럼] 울산, 미래 환경산업의 허브를 기대하며’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