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공장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다. 시멘트를 1t 생산할 때 0.9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간 생산되는 시멘트 양은 약 40억t. 여기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36억t으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전체 이산화탄소 양의 8%다. 하지만 시멘트 제조 기술은 현재 한계에 이르러 생산과정에서 더 이상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어렵다. 연구자들은 대신 콘크리트(시멘트에 자갈과 모래, 물을 섞어 만든다)의 내구성을 연구해 이미 만들어진 콘크리트 건물을 오래 써서 최대한 시멘트를 적게 만들도록 하거나, 시멘트를 대체할 친환경 건설 재료를 연구하고 있다.
오재은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산업 부산물을 활용해 무(無)시멘트 결합재를 개발하고 있다.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플라이 애시(석탄을 태운 뒤 남는 석탄회), 철강 제철소에서 나오는 고로 슬래그를 재활용한다.
“지금까지는 이 재료들을 시멘트처럼 굳힐 때 수산화나트륨(NaOH)을 사용했어요. 하지만 강한 염기성 용액이라 위험하고, 시멘트보다 2~3배 비싸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보다 저렴하고 안전한 생석회(CaO), 수산화칼슘(Ca(OH)2), 탄산나트륨(Na2CO3), 염화칼슘(CaCl2) 등을 사용합니다.”
이 중에서도 고로 슬래그와 생석회로 만든 무시멘트 결합재는 특허 등록을 마치고 기술 이전까지 완료했다. 원래 생석회는 액체 상태인 하수 슬러지를 고체로 만들 때 사용한다. 생석회가 물과 반응하면 수산화칼슘이 되고, 발생한 열에 의해 수분이 증발된다. 오 교수는 이런 생석회의 성질을 무시멘트 결합재를 굳히는 데 응용했다. 그 결과 시멘트보다 저렴하고, 강도는 시멘트를 대체할 수준이었다. 현재는 다양한 조합의 화학 물질들을 이용해 결합재를 발전시키는 중이다.
건설재료 미세구조 연구도 병행해
대부분의 국내외 건설재료 연구실들은 여기서 소개가 끝나겠지만, 오 교수의 연구실은 조금 다르다. 그는 “건설재료를 개발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개발한 건설재료의 강도나 내구성을 결정하는 화학 인자와 미세구조를 분석하는 연구까지 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우리가 건설공학과 재료과학을 융합한 국내 유일의 연구실”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오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재료과학과에서 쓰는 X선 회절분석기, 전자현미경, 자기공명영상(MRI), 심지어 포항에 있는 방사광가속기까지 사용하고 있다. 논문으로 출판된 연구 결과는 다시 건설재료를 개발하는 데 이용한다.
이런 융합이 가능한 이유는 오 교수의 독특한 이력 덕분이다. 그는 무기재료공학부에서 학사를, 건축구조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전공은 이 두 전공을 접목한 건설 구조재료다. 오 교수는 “건설재료 분야는 화학, 재료공학, 건설공학을 모두 이해해야만 좋은 연구 결과를 얻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기술 사업화에도 관심이 있다. 그가 개발한 무시멘트 결합재가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몽골과 카자흐스탄, 방글라데시 등의 국가에 이를 수출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특히 방글라데시의 경우, 그 곳의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플라이 애시로 벽돌을 만드는 공장을 세우는 것이 목표다.
한국에서는 백시멘트 시장에 진출하려고 준비 중이다. 생석회를 사용한 고로 슬래그 결합재가 백시멘트처럼 하얀색인데다 매우 값싸기 때문이다. ‘미래과학기술지주’ 사에서 사업성이 높다는 긍정적인 평가로 투자도 받았다. 이 회사는 국내 4대 과학기술 특성화대(KAIST, UNIST, GIST, DGIST)가 기술을 이전한 업체를 지원하고 있다. 오 교수는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 기술 ‘협력’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실 人사이드] 야근 없는 연구실, 최고의 효율을 향해서!
흔히 대학원생의 일주일은 ‘월화수목금금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 교수의 연구실은 그렇지 않다. 주말 출근은 없고, 평일 저녁도 6시면 일명 ‘칼퇴근’을 할 수 있다. 세상에 이런 연구실이 있다니, 놀란 기자가 “교수님 연구실은 인기가 많을 것 같다”고 말하자 오 교수는 “소수의 마니아들이 좋아할 뿐, 인기가 많지는 않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밤 늦게까지 있으면 지치기만 할 뿐 효율이 떨어진다”며 “우리는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가 석사, 박사과정 때 있었던 연구실도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였다고 한다. 같이 공부했던 동료들은 지금 모두 교수가 됐다고. 그는 “쉴 때 확실히 쉬는 게 학생들의 성과가 훨씬 더 좋다”고 말했다.
어떤 학생이 오기를 바라냐는 질문에 오 교수는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고, 성실한 학생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의지만 있으면 연구를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학점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물론 그래도 평균은 돼야 한다) 말했다. 자기관리를 잘 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OK다!
최지원 과학동아 기자 | jwchoi@donga.com
<본 기사는 2017년 2월 ‘과학동아’에 “시멘트 없이 콘크리트 만드는 과학 연금술사”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