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자연재해 피해액은 95% 이상이 태풍, 호우, 폭설 등의 풍수해와 연관돼 있다. 특히 여름철 강수현상과 연관된 태풍과 집중호우가 가장 큰 피해를 초래한다. 2014년 남부 해안 지역에서 집중호우가 발생했고 부산, 창원 지역에서 도심 홍수가 발생해 도시기능이 마비됐다. 작년 10월 이례적인 가을 태풍 차바가 동남권 지역을 강타했는데 특히 울산은 일강수량 최대 266㎜에 달하는 폭우가 발생해 2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기상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미래 한반도 주변의 기온과 대기 하층의 수증기가 증가해 대기 불안정도가 높아지게 됨으로써 국지적인 집중호우의 강도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또한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온도 상승과 대기의 변화로 인해 저위도에서 중위도로 이동하는 태풍의 진로가 확장될 확률이 높아지고 강도 또한 강해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즉,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2014년 동남권 집중호우나 2016년 태풍 차바와 같은 재해기상현상의 발생과 강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반복되는 여름철 풍수해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풍수해 대책으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기상 예측 정확도의 향상이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적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풍수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집중호우나 태풍에 대한 정확한 실시간 기상 예측 정보가 필요하다. 기상청의 기상예보는 다양한 관측 모니터링 정보와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수치모델 정보를 예보관이 종합해 결정한다. 따라서 기상현상의 예측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관측장비와 고성능의 컴퓨팅 시설이 동반돼야 한다. 또한 최종 예보가 결정될 때 예보관의 주관이 포함되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상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한다면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예보가 가능할 것이다. 기상청 예측 정보가 아무리 정확해져도 올바른 정보 활용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기상 예보의 원리와 한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노력 또한 동반돼야 한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근본적인 치수 대책 변화이다. 울산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방 도심하천은 하천정비설계를 50~80년 빈도 확률강수에 맞추고 있다. 하지만 태풍 차바 사례와 같이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기후변화로 더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설계기준을 100년 빈도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 물론 설계기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요구될 것이기에재해영향평가를 수행해 가장 취약한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정비해야할 것이다. 특히 현재 수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재해영향평가는 과거 기상 관측 정보만을 이용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유의미한 결과를 위해서는 미래 기후변화까지 고려하는 심화된 재해영향평가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재난관리에 대한 인식 개선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재난이 발생하면 국가가 해결해 줄 것이라 믿고 있다. 하지만 재난관리의 최종 주체는 정부기관이나 지자체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기 때문에 재난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난관리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자조(自助)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태풍 차바에 의해 200㎜ 이상의 호우가 전날 예보되었지만 많은 시민들은 방심하고 태화강 주변에 차량을 주차해 피해가 컸던 반면 미국의 허리케인 매슈의 경우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스스로 대피명령을 따랐기 때문에 피해가 적을 수 있었다. 선진국처럼 개인의 재산의 생명은 스스로 지킨다는 능동적인 자세로 재난을 대처해 나간다면 재난 피해를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6월 중·하순 곧 장마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집중호우, 태풍과 같은 풍수해가 발생할 것이다. 올 한해에는 태풍 차바 때 겪은 교훈을 바탕으로 철저한 재난관리 계획을 수립해 큰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란다.
차동현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7년 6월 8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여름철 풍수해 대비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