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구 어디서나 비슷해요. 그런데 유독 북극의 온도만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죠. 이런 현상을 ‘북극증폭’이라고 하는데 많은 연구자들이 그 원인을 찾고 있어요.”
신예철 도시환경공학과 대학원생은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도다. 학부 1학년부터 강사라 도시환경공학부 교수팀에 들어와 각종 수치를 분석하며 지구의 상황을 파악해왔다. 지난 5월 10일에는 북극증폭과 ‘중위도 행성파(stationary waves)’의 관계를 분석한 논문으로 한국기상학회 봄학술대회에서 ‘우수발표논문상’을 수상했다. 기후분과에 제출된 논문 88여 편의 중 수상작은 6편이다.
신예철 연구원은 “누구에게든 소개하고 싶은 연구를 해냈고 그 결과 수상도 하게 돼 기쁘다”며 “항상 ‘의미 있는 연구를 하고 있는가?’라고 자문하는데 이번 수상으로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북극 온난화는 제트기류 위치 따라 달라… 행성파 영향 밝혀내
이번 논문의 큰 주제는 북극증폭이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가설이 나왔다.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온도가 높아진다거나, 지구 전체의 에너지 수송 차원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거나, 적도에서 생긴 파동의 영향이라거나, 극지기후의 특수성이라는 등이다.
신예철 연구원은 ‘제트기류’의 영향이라는 가설을 가지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남북방향으로 온도경사가 클 때, 대기의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화되기 좋은 조건이 되는데 이를 경압성(baroclinicity)이라 한다. 경압성이 가장 큰 중위도의 대류권 상부에서는 수평축을 따라 부는 강한 서풍의 바람대가 제트기류이다. 길이가 수천~수백km에 이르며 두께도 수km에 이르는 넓은 영역을 차지한다.
북극 온난화에 따라 남북간의 온도 경사가 변화하게 되고 그에 따라 제트류가 남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제트류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북극 온도를 상승시키는 2차 순환을 형성하게 되는데, 제트류의 위치가 2차 순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이번 연구를 통해서 밝혔다.
신 연구원은 “제트기류의 위치는 북극 온난화에 역학적 피드백의 정도를 결정하게 된다”며 “제트기류의 위치 변화를 살피면 북극 온난화 추세가 어떻게 될지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의 중위도 지역에는 히말라야와 로키 산맥과 같은 거대한 산맥을 비롯하여 강한 서안경계류등 기후인자가 지역적으로 매우 다르다. 이들의 영향으로 중위도 지역에는 큰 파동이 나타난다. 이를 행성파라고 부르는데, 파장이 길고 진폭이 커 기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행성파의 위치가 달라질 때, 제트기류의 위치가 바뀐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북극증폭 현상에 행성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사결정 돕는 정확한 과학자 꿈꾼다
신예철 연구원은 원래 해양학자를 꿈꿨다. 지금도 지구 구석구석의 바다 이름을 줄줄 욀 정도로 바다에 대해 훤히 꿰고 있다. 그런 그가 기후변화 시뮬레이션 연구를 하게 된 건 2012년 UPF(UNIST President Fellowship)에 선발되면서부터다.
“입학하고 나서 해양학에 가까운 연구 분야의 교수님을 찾았더니 강사라 교수님이 보였어요. 1학년 말부터 연구실에 들어가 하나둘씩 배웠죠. 이것저것 연구를 많이 했지만 발표하지 못한 게 많아요. ‘의미 있는 연구인가?’라는 자문이 자꾸 들어서요.”
대학원 2년차인 신 연구원은 이번 수상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자신의 논문이 연구로만 머물지 않고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 과학자는 아니라도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정확한 정보를 주는 과학자’는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 연구원은 “전 인류에게 과제로 주어진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정확한 정보 전달이 필수적이며 이 역할은 과학자의 몫”이라며 “사회 각 영역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가 좌우명이라는 그는 “연구를 진행하는 모든 시간동안 늘 기도해주셨던 부모님과 끝까지 지도해주신 교수님, 또 연구실 동료들, 교회 친구들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