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골목길 한쪽 벽에 파랑, 빨강, 노랑, 초록 등 색색의 페인트가 칠해졌다. 붓질이 더해지자 거대한 태극무늬와 농악대원, 사자탈 등이 형체를 드러냈다. 보기만 해도 흥겨운 민속놀이의 장면으로 칙칙하던 골목이 예쁘게 단장됐다.
UNIST 동아리연합회가 11월 7일부터 9일까지 울주군 언양읍 반송리 소재 공촌마을에서 벽화를 그리는 재능기부 활동을 펼쳤다. 2박 3일간 펼쳐진 이번 재능기부에는 31명씩 2개 조가 1박 2일씩 마을회관에 머물며 활동했다. 총 참가 인원은 진행요원 3명을 포함해 65명이다.
벽화 그리기 활동에 처음 참가한 김형민 에너지및화공학부 학생은 “벽화 그리기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이색 봉사라 참여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다”며 “또한 결과물이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벽화 그리기는 작년보다 한층 발전된 면모를 보였다. 마을 측과 상의해 전체적인 주제를 잡고 벽화마다 이야기를 녹여낸 것이다. ‘민속적인 느낌’을 원했던 마을 측의 뜻을 받아들여 농악이나 탈춤, 그네, 십장생 등이 주요하게 활용됐다. 벽화 시안은 일러스트 동아리 GRAPHOS(그라포스)가 기획했다.
벽화는 UNIST와 울산역, 언양역을 지나는 337번 버스가 다니는 도로가에 그려졌다. 농악과 탈춤이 그려진 벽 외에도 각 테마별로 3개의 건물이 꾸며졌다. 십장생을 주제로 한 벽화는 둘로 나뉘어 분홍색은 육지생물, 파란색은 해양생물로 채워졌다. 마을회관으로 진입하는 골목에 있는 벽은 아이들이 뛰노는 장면으로 구성했다.
이번 행사의 진행 요원을 맡은 전선영 디자인및인간공학부 학생은 “작년에 비해 훨씬 짜임새 있는 재능기부가 된 것 같다”며 “집집마다 다른 주제나 이야기를 중심으로 벽화를 그려 살펴보는 재미도 크다”고 말했다.
벽화에 대한 마을 주민이나 지역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벽화를 그리던 도중 337번 버스 기사가 내려 ‘자기 마을에도 벽화를 그려 달라’는 부탁을 할 정도였다. 김형민 학생은 “버스에 탄 사람들이 우리가 그린 벽화를 보면서 즐거워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봉사 활동에 공촌마을 주민들은 먹거리를 챙겨주는 등 따뜻한 마음에 감사를 표했다. 정복남 공촌마을 이장은 “마을에 그려진 벽화 덕분에 주변이 보기 좋아졌고 마을 분위기도 한결 활기찬 느낌”이라며 “학생들이 찾아와서 반가웠고 다음 기회에는 더 많은 벽화를 그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UNIST 동아리연합회는 여름에는 농촌 봉사활동을, 겨울에는 재능 기부의 일환으로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