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창업은 하고 싶은데 아이디어가 없어서 못한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괜찮은 사업아이디어를 가질수 있을까? 미국의 유명 엑셀러레이터 중의 하나인 와이콤비네이터의 폴 그레이엄이 제시한 바에 따르면 첫번째는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창업 아이디어를 찾지 말라는 것이다. 대신 자신이 필요로 하는 또는 주변에서 무언가 해결되었으면 하는 문제를 찾으라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문제인식에서 비롯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도 그렇게 했다. 컴퓨터를 원했는데 구입하기에는 너무 비쌌다. 스스로가 만들기로 했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필요로 할 것이라 생각해 컴퓨터를 만든 건 아니었다. 드롭박스(파일공유시스템)는 또 어떠한가. 드롭박스의 창업자 휴스톤은 어느날 학교과제를 저장해둔 USB 메모리를 기숙사에 두고 온 걸 깨달았다. 다시 갔다오기에는 너무 멀어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미는 순간 번뜩하고 든 생각이 USB메모리 대신 언제 어디서든지 파일을 공유할 무언가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즉시 버스정류장에 앉아 드롭박스 프로그램의 코드 첫줄을 썼다.
스스로가 필요한 무언가가 창업아이디어로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적어도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창업자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어느 누구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다 사는 사람이 없어서 망하는 것이다. 어떤 기관에서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다. 고용의 실패, 마케팅 실패, 자금관리 실패 등등이 지적되었는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응답은 놀랍게도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적어도 스스로가 절실히 필요로 하거나 주변에서 강력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한 어떤 문제를 내 스스로가 진짜로 흥미로운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을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정말로 필요하고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것들을 신기술과 접목할 수는 없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 문제를 신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건 더 괜찮은 아이디어일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신기술이 접목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제품·서비스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 글쓴이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본인이 생각한 아이디어에 그다지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좋은 아이디어들은 처음에는 별로인 것처럼 보일때가 많다. 만약 아이디어가 확실히 좋다면 누군가 이미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의 숙박앱 에어비앤비도 그랬고 페이스북도 그러했다. 남이 뭐라 하는지 너무 신경쓰지 말고 자신이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제를 정해서 하면 된다.
그러면 꼭 이렇게 말하시는 분이 계신다. 나는 내가 필요한 것도 없고 주변을 둘러보아도 별 문제가 없어보이는데 창업은 하고 싶다고. 그렇다면 기존의 허접한 것들을 바꿔보는 것을 권한다. 즉 지금보다 더 나은 해결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자. 주변을 살펴보면 현재의 방법이나 시스템이 꽤나 안좋은 것들이 많다. 그것을 좀 더 잘하려고 하면 그 또한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아시다시피 구글의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기존보다 좀 나은 검색사이트를 만들려고 했고 보다 이용이 쉬운 깔끔한 웹페이지를 만들려 했다. 그래서 페이지 랭크와 키워드기반의 광고시스템이 탄생됐다.
구글이전의 검색엔진이 그랬던 것처럼 낙후된 다른 분야들이 여전히 많다. 그것들을 형편없지 않은 방식으로 할 수 없는지 고민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여전히 신통방통한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지난번 칼럼에 쓴 “왜 꼭 그래야 하는데”라는 질문을 한번 해보자.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왜 컴퓨터는 꼭 사각형이어야 하고, 공기청정기는 커야만 하는지. 이러한 질문은 고정관념을 깨는데 도움이 되고 고정관념을 깨는 순간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할 확률이 높다. 그래도 별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현재 뇌의 상태가 너무 피곤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일단 한숨자고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을 권한다.
황윤경 UNIST 기술창업교육센터장·교수
<본 칼럼은 2018년 4월 25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괜찮은 창업아이디어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