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반대로 ‘보여야 아는 것’도 있다. 건강과 안전이 특히 그렇다. 미세먼지 수치를 봐야 공기 안전을 알 수 있고, X-Ray나 MRI로 촬영해야 몸 안의 문제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보는 기술이 발달하면 그만큼 비용과 시간도 많이 든다. 더 쉽고 간편하게, 또 저렴하게 건강과 안전을 지킬 방법이 없을까. UNIST 학생들이 창업한 퓨리메디(Puri Medi)는 ‘쉽게 보고, 쉽게 알 수 있는 기술’로 모두가 안전한 미래를 꿈꾼다.
위험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아는 건 위험에 대처하는 첫 걸음이다. 알면 피할 수 있고, 그만큼 안전해질 수 있다는 게 퓨리메디(Puri Medi, 대표 이동용)의 생각이다. 그래서 기업 이름도 ‘주변 환경을 정화하고(Puri), 치료(Medi)하고 싶다’는 뜻에서 지었다. 산업수도 울산에서 출발한 만큼 산업안전을 지키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현재 퓨리메디는 ‘휴대용 성분분석 시스템’을 기반으로 주변 안전을 확인하는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혈액성분을 간단히 검출하는 ‘휴대용 혈액 성분분석 키트’는 산업단지에서 매일 근무하는 사람들의 건강상태 확인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농약 노출을 색상으로 표현하는 마스크’는 간단한 기술로 농약 노출 여부를 보여줘 농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킨다.
퓨리메디는 경남 창조경제혁신센터의 ‘6개월 챌린지 프로그램’과 UNIST-울산대-아산병원의 ‘창업선도대학 프로그램’ 등을 통해 총 1억 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받았다. 팀원들은 이를 기반으로 시제품 제작과 연구개발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동용 대표 인터뷰 바로가기 – “적정기술로 공중보건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쉽고 빠르게 위험성분 검출하는 길
퓨리메디는 기술을 통한 안전을 꿈꾼다. 이를 위해 처음 주목한 기술은 ‘마이크로 플루이딕스(Micro Fluidics)’였다. 이 기술은 마이크로미터(㎛) 수준에서 유체의 흐름을 조절하는 장치와 시스템을 말하며, 유체 샘플 내의 성분을 검출하거나 측정, 분석할 수 있다. 샘플 채취나 시약처리에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들던 기존 생체분석 방식을 개선할 획기적 기술로 꼽힌다.
퓨리메디는 마이크로 플루이딕스를 응용해 특정 성분을 검출할 수 있는 센서를 잉크젯 형태로 출력하는 방식을 생각해냈고, 이를 특허로 등록했다. 출력된 센서를 마이크로칩이나 분석 장치에 부착하면 원하는 성분을 걸러낼 수 있는 방식이다.
팀원들은 2017년 POSTECH, 2018년 UNIST에서 진행된 조지워싱턴대의 ‘청년과학자 창업(I-Corps) 프로그램’을 통해 이 기술을 적용할 분야를 찾았다. 창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잠재고객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평가받는 이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직업군에 속한 100여 명을 만났고, 산업보건 분야에서 쓸모를 발견했다. 핵심은 산업 분야 종사자들이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수시로 체성분 분석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체내 성분을 간편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응용하면, 평소 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점검할 기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술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저렴하면 더 좋겠죠. 그게 저희 첫 번째 아이템인 ‘휴대용 혈액 성분분석 키트’로 이어졌어요.”
‘휴대용 성분분석 키트’와 ‘농약검출 마스크’로 안전사회를!
‘휴대용 혈액 성분분석 키트’는 마이크로 칩을 이용해 산업현장에서 유입될 수 있는 오염물 등을 검출하도록 돕는 장치다. 이 대표는 “산업현장에서 연 1회 실시하는 건강검진으로는 매일 변하는 환경을 알 수 없다”며 “수시로 체성분을 확인한다면 내 몸이 어떤 위험에 노출됐는지 인식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퓨리메디는 이 아이템으로 2017년 울산대학교에서 주최한 드림 쉐어 메디컬 해커톤에서 1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실제 병원에서 진행된 이 대회에서 의사, 환자들과 소통하며 제품 사용영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서 더 큰 도전도 꿈꾸게 됐다.
혈액분석처럼 논문이나 특허 기반의 전문 분석이 필요한 영역뿐 아니라 간단하고 쉽게 적용할 분야에 대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최근 개발 중인 ‘농약을 검출할 수 있는 검사 용지’가 대표적이다. 이동용 대표는 “농부들은 농약에 쉽게 노출되지만 실제 얼마나 노출되는지 측정하는 기술은 찾기 어렵다”며 “눈에 쉽게 보일 수 있게 한다면 농약에 대한 위험을 쉽게 인지하고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퓨리메디는 마스크에 안토시아닌을 코팅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농산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안토시아닌은 농약을 만나 반응한다. 농약 성분이 묻으면 이 반응으로 인해 코팅부 색깔이 변하게 되고 오염여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어렵고 복잡한 기술이 아닌 쉽게 얻을 수 있는 물질과 반응을 적용한 마스크에는 퓨리메디가 목표로 해 온 쉽고 실용 가능한 기술이 적용된 셈이다.
UNIST 비전이 곧 우리 비전!
“창업과정에서 계속 ‘인류의 삶에 공헌하는 과학기술을 선도한다’는 UNIST 비전을 생각했어요. 그래서 퓨리메디의 목표도 ‘지속가능한 산업 환경의 조성’으로 정했습니다. 저희 노력이 누군가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기술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퓨리메디는 돈과 시간, 관심이 부족해 쉽게 위험에 처하고, 안전에서 소외되는 이들을 돕고 싶다고 말한다. 현재 개발 중인 마스크는 그런 고민의 결과다. 저렴하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술로 만들어진 마스크는 농부들의 안전한 삶에 기여할 수 있다. 팀원들은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로 더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산업안전’이라고 하면 창업 아이템으로는 조금 생소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희가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술, 학교에서 늘 강조해온 인류의 삶을 위한 기술이라는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주제 같아요. 우리 손으로 만든 기술로 환경과 현실을 개선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