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화면에서도 선명한 색을 구현할 차세대 광학소재로 ‘페로브스카이트 나노 입자’가 꼽힌다. 값싸고, 색순도도 높아서 산업계에서도 관심이 많다. 최근 이 물질에서 빛의 삼원색(빨강, 파랑, 초록)을 뽑아낼 간단한 공정이 개발됐다.
김진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페로브스카이트 나노 입자 속 원소를 바꿔 발광 스펙트럼을 자유로이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용액에 녹여 원소를 바꾸는 간단한 방법으로 빨강, 파랑, 초록의 빛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이 기술을 LED에 적용하면 기존보다 훨씬 깨끗한 화면을 얻을 수 있다.
△ 페로브스카이트 나노입자의 발광색이 변하는 장면. 이 입자는 자외선을 쪼여주면 빛을 발하는데, 색상은 용액 공정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금속과 할로겐 원소를 품고 있는 특별한 구조의 반도체 물질이다. 이 물질을 적용한 태양전지는 태양빛을 전기로 바꾸는 광전효율이 높아 차세대 태양전지 후보로 손꼽힌다. 이 물질은 또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발광효율도 높아 발광소자로도 주목받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나노 입자는 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 수준으로 미세한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인데, 내부 할로겐 원소에 따라 다른 색깔을 발산한다. 요오드가 많으면 빨강색, 브롬이 많으면 초록색, 염소가 많으면 파랑색을 발광하는 식이다.
하지만 페로브스카이트 물질 자체가 민감해 원소들을 안정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웠다. 이에 김진영 교수팀은 ‘용액 공정’으로 특정 원소를 바꿔치기하는 간단한 기술을 개발했다. 비극성용매와 첨가제를 이용해 원소 치환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제1저자인 윤영진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페로브스카이트 나노 입자를 녹인 용액에 ‘요오드(I)나 브롬(Br), 염소(Cl)를 섞은 비극성용매’를 더하고, ‘첨가제’를 넣으면 된다”며 “반응이 진행되면 비극성용매에 섞인 원소가 원래 페로브스카이트 속 원소와 자리를 바꾸면서 발광색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첨가제는 비극성용매에 있던 할로겐 원소를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용액 전체에 할로겐 원소가 많아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속 할로겐 원소와 자리를 바꾸게 된다. 발광색은 페로브스카이트 속에 어떤 원소가 더 많은지에 따라 결정된다. 연구진은 이 기술로 만든 페로브스카이트 나노 입자를 이용해 빨강, 파랑, 초록의 색깔을 띠는 LED를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김기환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연구교수는 “고체 페로브스카이트에서 원소를 바꾸려던 기존 기술에 비해 안정적”이라며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에서 원소 조성을 바꾸는 분야에 다양하게 응용 가능해 태양전지 등의 성능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진영 교수는 “용액 공정으로 원소를 치환하는 기술은 간단하고 저렴할 뿐 아니라 향후 대량생산 방식에서도 적합하다”며 “페로브스카이트의 광학적․전기적 성질을 손쉽게 조절하는 이번 기술은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전반이 상업화로 나아가는 데 핵심적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인 ‘줄(Joule)’ 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연구)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