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붙여도 티 나지 않는 투명한‘전자피부’나왔다”라는 제목으로 지난 10월 말에 발표된 논문 한 편이 국내 주요 언론사를 주목시켰다. 그동안 저항값이 높다고 여겨졌던 그래핀(Graphene)을 활용해 투명전극을 만들고, 향후 웨어러블 전자기기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연구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논문의 교신저자인 박장웅 신소재공학부 교수를 만나 이번 연구결과의 성과를 짚어보고, 연구에 숨어 있는 에피소드 등을 들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늘 논문과 더불어 산업 파급력을 강조하는 박 교수의 일문일답이다.
Q. 지난 10월 21일자로 보도된 ‘고효율 신축성 투명전극’이 주요 언론에서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해당 연구의 핵심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이번 연구의 핵심은 그래핀을 금속섬유와 결합해 기존 그래핀 투명전극이 가지는 문제점을 해결했다는 점입니다. 이로써 투명전극으로 활용하기에 ‘저항값이 높다’는 그래핀의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수 미터까지 길게 늘인 금속섬유가 그래핀과 연결되도록 복합체 구조를 만들었고, 결함이 있는 그래핀 부위에서도 전자들이 금속섬유를 타고 잘 이동할 수 있어 저항값도 매우 낮아졌습니다. 이번에 개발된 투명전극은 기존보다 저항값이 250배가량 낮았습니다. 지금까지의 투명전극 재료 중 저항값이 가장 낮은 수준의, 우수한 전기적 특성(1 Ω/sq)을 보였습니다. 공기 중에 장시간 노출하거나 열을 가해도 산화되지 않았고 유연성과 신축성도 우수했습니다. 또한 개발된 투명전극은 기존 디스플레이・반도체 공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Q. 이 분야 연구는 무엇 때문에 주목받고 있는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투명전극은 거의 모든 전자디바이스에 필요한 재료입니다. 지금까지는 ITO(Indium Tin Oxide)라는 물질이 주로 투명전극 재료로 사용되어 왔습니다만, 유리처럼 쉽게 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착용감이 중요한 웨어러블 전자기기(Wearable Electronics)에는 적용되기에 한계가 있었죠.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투명전극은 신축성이 우수하고, 전기적 성능 또한 ITO보다 우수합니다. 이 때문에 웨어러블 전자기기로 활용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로써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나 회로, 센서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자피부의 구현도 가능해진 것 같습니다.
Q. 박 교수님께서 이번 연구로 해결한 문제는 어떤 것인지, 앞으로 더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무엇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 기존에도 전자피부나 전자타투 등의 연구가 이뤄졌지만 회로나 패턴들이 그대로 보이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로 구현한 전자피부는 모든 물질을 투명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어디에 부착해도 보이지 않아 실용성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그래핀 투명전극을 만들 수 있다는 것까지 증명한 단계입니다. 앞으로는 샘플 크기를 키우고,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일이 남았습니다. 투명전극을 균일한 품질로 양산할 수 있는 단계까지가는 데 지금 필요한 일입니다.
Q. 연구 결과가 나오는 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됐던 아이디어나 사람이 있을까요? 연구 관련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A. 이번 연구는 저희 연구실 안병완 석박사통합과정 대학원생이 실험을 주도했습니다. UNIST 1기 학부생인 안병완 학생은 학부 2학년 때부터 저와 실험을 쭉 같이 해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석박사통합과정 2년차임에도 불구하고, 웨어러블 전자기기 분야 지식이 아주 해박합니다. 이를 방증하듯 이번 주에 열리는 재료공학 분야 세계최고 학회인 MRS(Materials Research Society)에서 구두 강연을 하러 랩 선배와 둘이서 미국으로 갔습니다. 이 정도 규모 학회에선 보통 교수들이 구두 강연하는데, 석박통합 2년차 학생이 초청을 받았습니다. UNIST 학생들의 용기와 발전 속도가 남다른 것 같아 매우 뿌듯합니다.
Q. 다음은 UNIST에 대한 공통 질문입니다. UNIST는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한 대학입니다. 교수님께서는 그 비결을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또 UNIST가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이 되기 위해 더 필요한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UNIST가 빠르게 성장한 바탕에는 조무제 총장님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교수와 학생, 교직원 등이 똘똘 뭉쳐 학교 발전을 위해 노력하다 보니 좋은 성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급성장하느라 놓치고 있는 부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서서히 내실을 다지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학교를 이루는 주요한 축인 교수와 학생, 교직원이 서로 융화하면서 마음을 맞춰나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들을 채워나간다면 지금보다 더 발전하는 대학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우리 학교 사람이라면 누구나 염원하는 꿈입니다만, 과학기술원으로 전환이 꼭 필요합니다. 다른 대학에 비해 UNIST 대학원생들은 나이가 어린 편입니다. 장래가 촉망받는 우리 어린 학생들이 군 문제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연구·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과기원 전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어려운 이공계 현실을 생각할 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Q. 박 교수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혹은 가까운 미래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부탁드립니다.
A. 제 목표는 논문을 위한 연구에만 치우치지 않고, 실제 산업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 연구들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주로 전 세계 대학에서 해온 연구들을 살펴보면, 좋은 논문은 많아도 산업에 적용된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논문‘과 ’산업 파급력‘ 둘 다 중요하며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게 제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