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울산시와 울주군에 건의할 자료를 만들다가 필자의 상관으로부터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을 사용해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받았다. 글로컬리제이션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현지화(Localization)를 합한 신조어다. UNIST가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뛰어넘기 위한 특화 전략으로서 울산이라는 지역적 배경과 인류의 삶에 공헌하고자 하는 글로벌 지향의 두 축을 융합하자는 키워드였다.
지난해 6월 말 UNIST의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부처 산하기관들의 R&R(Role and Responsibility)을 재정립하자는 행사가 있었는데, 그때 UNIST는 ‘교육에 있어서 글로벌(global)을 지향하는 지역(local) 밀착형 인재양성을, 연구개발(R&D)에 있어서는 지역산업 혁신에 기여하는 연구분야에의 집중을, 그리고 혁신성장에 있어서는 연구브랜드 발굴 육성을 통한 수출주도형 혁신성장 모델 제시를 통한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나가는 과기원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진바 있었다.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불렸지만 우리 지역에 변변한 R&D 정부기관 하나 없었던 울산시민들의 ‘갈증’이 UNIST 설립 배경이었다면, 지역의 침체된 주력산업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데 촉매가 되어야 하는 것은 지난해 2월 UNIST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신 대통령께서도 당부하신 개교 10년차 현재 UNIST의 시민들에 대한 ‘엄중한 의무’가 되었다.
UNIST R&R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교육부문에 있어서는 지역밀착형 인재양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개교초기부터 과기원 유일의 지역인재전형 등을 유지하고, 울산시가 조성한 테크노산업단지에 경영학부와 융합경영대학원, 기술경영대학원을 전략적으로 전진 배치함으로써 보다 지역밀착인재양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개교초기부터 전 교과 영어강의와 학생들의 다양한 해외연수프로그램, 해외 주요대학들을 통한 진출거점을 확대해나감으로써 글로벌을 지향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고 있다.
R&D 부문에 있어서도 개교초기부터 에너지 분야를 특화분야로 육성하였고, Uni-FI(Futuristic Innovative) Energy Project를 통해 풍력, 수소, 원자력, ESS(해수전지, 2차전지 등) 등 다양한 에너지 연관 연구 스펙트럼을 가지고 울산 혁신도시에 둥지를 틀고 있는 에너지 유관 공공기관과 울산의 석유화학 및 에너지 기업들과의 협력에 매진하고 있으며, 지역산업 혁신성장 협력연구(Ulsan-UNIST(U²)를 통해 지역에 필요한 R&D 요구를 반영한 RICI(Regional Industry Co-Innovation) 사업을 통해 탄소소재 기반의 경량복합소재 연구(자동차, 조선산업의 고도화), 신약, 치매 등 첨단 바이오 연구(울산게놈산업, 지역 병원들과 협업), 노후화된 울산의 산업단지의 재난위험을 모니터링하고 예방할 수 있는 연구(국립재난안전연구원 등과 연계)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 활동에서 발굴되는 수출형 혁신성장 모델을 통해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큰 밑그림과 욕심도 함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UNIST는 과기원 후발주자로서 성장기반을 닦기 위해 매진하는 과정에서 이처럼 다양한 지역과의 활동과 노력들을 제대로 알리는데 부족했다는 질책과 아쉬움도 있기에 글로컬리제이션을 통해 ‘서말 구슬을 잘 엮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오가는 처지에서 울산이 고향인 필자에게 지난해 연말 울산역 대합실에 한달여동안 걸어두었던 짧지만 진심을 담았던 광고문구 “감사합니다. 울산시민, 울주군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성원으로 개교 10년 UNIST는 뛰어난 연구성과를 통해 국내 1등으로 도약하였습니다”는 이러한 글로컬리제이션을 또 다르게 풀어낸 우리 지역을 향한 UNIST의 작은 속삭임이기도 하다.
최용준 울산과학기술원 기획처 예산팀장
<본 칼럼은 2019년 3월 6일 경상일보 18면 ‘[기고]개교 10년 UNIST의 관주위보(貫珠爲寶) :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