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어 대한민국 산업화의 중추적 역할을 감당해온지 벌써 반세기를 훌쩍 넘겼다. 1997년 인구 100만의 광역시로 승격된 이후에도 울산은 지속적인 발전과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악취가 나고 더러워 아무도 찾지 않던 태화강은 태화강 살리기 운동을 통하여 깨끗한 생태공간으로 거듭났고,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이후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태화강을 통해 울산은 오염된 공업도시에서 친환경 생태도시로 도시이미지를 변모하게 된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우정혁신도시가 조성되기 시작해, 지난해 한국에너지공단을 마지막으로 수도권에 있던 10개의 공공기관이 울산 이전을 완료됐다. 이들 공공기관은 지역의 신성장동력이자 상생발전을 위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울산시민들의 국립대학 설립 염원 하에 개교한 유니스트는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서 4차산업혁명 시대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과 유니스트 개교를 계기로 2008년 8,709명에 불과하던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종사자수는 2018년 1만6213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여 산업 부문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울산이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닌 연구개발과 신기술을 선도하는 도시로 변모하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울산이 환경, 산업, 교육 분야 등에서 새로운 성장 기반을 확충해 나가고 있지만 2015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인구감소와 주력 산업의 위기로 변화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울산의 인구는 정점 대비 3만5000명 이상 감소해 지난달 기준 주민등록인구는 113만명대로 주저앉았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산업의 국제적 경쟁 심화 속에서 국내적으로는 저출산 고령화와 지방소멸의 위기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기술변화와 산업구조 전환, 노동시장 변화의 물결 속에서 지난 60여년 간 성장하고 변화해온 울산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미래 준비를 위해 도시발전전략을 구체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미래 전략 추진의 거버넌스는 울산 행정구역 중심에서 벗어나 광역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부산·울산·경남 800만 인구의 광역경제권 관점에서 울산의 발전 전략을 고민하고, 포항, 경주 등 주변 도시들과의 교류·협력, 상생발전을 위한 노력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 대구·경북지역, 대전·세종 지역 등에서는 이미 행정통합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동남권 메가시티로의 이행은 단순히 국가균형발전을 넘어 울산의 생존을 결정할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울산의 교통 인프라도 광역적 관점에서 확충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최근, 부산 노포-양산 웅상-울산 무거-울산역을 연결하는 광역철도 노선에 대하여 지자체 간에 합의한 점은 지역 간 협력의 출발점으로 적극 환영한다. 개통을 눈 앞에 둔 동해남부선과 신설을 추진하는 광역철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울산시 도시철도 트램 사업 추진을 통해 울산의 도시공간구조를 새롭게 구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울산의 미래 먹거리 발굴도 부산·경남과 같은 분야를 놓고 경쟁하기 보다는 광역경제권 내에서 조율하고 울산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 특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산재전문공공병원, 게놈특구 등과 연계한 바이오헬스산업, 수소, 이차전지 등 에너지산업, 기후변화 및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환경 및 재난안전산업 등 울산의 자원을 활용한 특화 전략을 마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인구와 경제의 양적 성장보다는 인구 100만이더라도 모든 시민들의 삶의 질이 높은 살기 좋은 미래 도시 울산으로 질적 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준비해 나갈 시점이다.
김정섭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본 칼럼은 2020년 11월 19일 경상일보 14면 ‘[경상시론]울산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미래 준비’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