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든 조명이 LED로 바뀌고 있다. 백열등은 2014년 1월부터 국내에서 생산 및 수입이 전면 중단되었고, 형광등도 2027년 이후 전면 퇴출 예정이다. 환경을 생각하면, 또 색채를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LED 조명의 발전은 여러모로 반가운 소식이다.
LED 조명은 기존의 전구 형태뿐만 아니라 면광원이나 스트링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제작 가능하고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 있으며, IT 기술과 접목시 나의 기분에 맞는 혹은 현재 하고 있는 작업에 가장 효율적인 빛이 자동적으로 나오도록 하는 기술 구현도 가능하다. 이렇게까지 소개하면 LED 조명이 꿈의 조명처럼 들릴 수도 있으나 LED 조명을 사용하니 눈이 부시다거나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는 소비자들 또한 있는 게 현실이다.
LED 조명 사용시 시각 피로감을 발생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스트로보스코픽 효과(stroboscopic effect)’라는 것이 있다. 스트로보스코픽 효과란 실제로는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물체지만 눈에는 불연속적으로 탁탁 끊어지며 움직이는 것과 같이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오래된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주로 나타나는 슬로 모션 장면이나, 나이트 클럽에서 깜박거리는 조명 하에 보여지는 장면들을 상상하면 된다.
현재 LED 조명을 사용하면서도 스트로보스코픽 효과를 느껴본 적이 없다면, 지금 당장 손을 편 후 양 옆으로 빠르게 흔들어 보기 바란다. 스트로포스코픽 효과가 무엇인가를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혹시나 원래 모든 움직임이 그렇게 보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 낮에 야외에서 동일하게 손을 흔들어 보기를 추천한다. 우리가 자연에서 느끼는 부드러운 움직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LED 조명의 불편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는 게 병이라고 했던가. 몇 년 전 필자의 집 조명을 모두 LED로 교체한 후 한동안 걸레질과 같은 반복적인 움직임이 있는 활동을 할 때마다 스트로보스코픽 효과 때문에 거슬리더니 어느 순간 이런 현상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다. 불편함도 익숙해지나 보다. 게다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기술은 빨리 발전한다. 현재 LED 조명의 단점들은 조만간 옛날 이야기가 될 것이다.
곽영신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색채과학
<본 칼럼은 2021년 5월 12일 경상일보 14면 ‘[곽영신의 색채이야기(5)]LED 조명의 명과 암’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