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대선 때 ‘교육부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하였는데 교육부의 운명에 대해 여러 전망들이 등장하고 있다. 교육혁신이 필요한 이유와 그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먼저 논의한 후 교육부가 그 같은 업무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자.
산업화 시대에 적합한 기존 교육모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문제점들을 야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첫째, 인력의 수요·공급 미스매치이다. 젊은이들은 유례없는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서는 인재난을 겪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둘째, 수도권으로 젊은이들이 집중됨에 따라 지방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진다. 수도권으로 오는 주된 이유는 교육 기회와 취업 기회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있는 곳에 인재가 오던 장치산업 위주의 산업화 시대와는 달리 양질의 인재가 있는 곳을 기업들이 찾아가는 지식기반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셋째, 취업 및 역량 향상에 필요한 교육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 사다리가 붕괴되고 있다. 맞춤식·계약 학과 개설,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공유대학 운영, 산학협력 강화, 정부의 여러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시행하는 각종 인력 양성 사업 등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중복과 비효율성으로 인한 예산 낭비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시장경제와 4차 산업혁명 및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비전으로 제시하였다. 이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 디지털 플랫폼 교육을 제안한다. 플랫폼 교육은 크게 3단계로 구분된다. 첫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플랫폼, 둘째, 학습 콘텐츠, 셋째, 교육이다. 공교육·사교육·평생교육·기업교육 등 각종 교육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학습 플랫폼이 필수적이다.
학습 플랫폼을 클라우드 환경에서 구축하여 구독형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 서비스(PaaS·Platform as a Service), 학습 콘텐츠까지 제공하는 콘텐츠 서비스(CaaA·Content as a Service), 강좌의 운영까지 하는 교육 서비스(EaaS·Education as a Service)를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선택하게 하자. 미래 교육의 모델 케이스로 인용되는 미네르바대학은 비영리교육기관으로서 영리기관인 미네르바프로젝트의 PaaS, CaaS 그리고 EaaS를 활용하여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한전공대 등 신설 대학뿐만 아니라 기존 대학 중에서도 교육혁신과 관련하여 미네르바의 미래 교육모델에 관심을 가지고 협력하려 하고 있다. 이 경우 미네르바의 학습 플랫폼인 ALF(Active Learning Forum)만 사용하려면 PaaS, 콘텐츠까지 사용하려면 CaaS, 강좌의 운영까지 일괄 위탁하려면 EaaS를 이용하게 된다. 이 같은 미래 교육모델을 국내에서 개발하여 활용하게 되면 기존 교육모델이 가진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K-Education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의사가 제 병을 못 고친다’는 속담처럼 교육부에 이 같은 교육혁신을 기대할 수는 없다. 플랫폼 개발과 운영은 카카오 같은 민간 전문업체에 맡기고 콘텐츠 개발은 민간 업체들 혹은 교육기관들이 담당하고 운영도 필요에 따라 역할 분담을 자율적으로 하게 하고 교육부 역할은 기존 규제 위주의 교육정책에서 벗어나 기본 방향 수립과 가이드라인 제시에 그쳐야 한다.
임진혁 울산연구원 원장·유니스트 명예교수
<본 칼럼은 2022년 4월 14일 매일경제 38면 ‘[기고] 디지털 플랫폼 교육을 제안한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