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이 참사에 희생되신 것을 알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전남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 김효은 학생은 봉사에 나서게 된 계기를 21일 이렇게 밝혔다. 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4학년인 김효은 학생은 방학을 맞아 광주 광산구 집에 왔다가 뉴스로 참사 소식을 접했다. 시간이 흘러 부모님의 지인, 친구의 친구 등 소중한 이웃 3명이 참사에 희생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웃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유가족들을 돕고 싶었다. 자원봉사 활동 경험은 많지만 재난 현장 자원봉사는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몰랐다. 연말과 새해 연휴가 끼어 있어 자원봉사 단체도 쉬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고민 끝에 그는 2일 광주시 자원봉사센터에 e메일을 넣었다. 광주시 자원봉사센터에서 곧바로 전화 연락이 왔다.
김효은 학생은 3일부터 6일까지 나흘 동안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의 구호 물품을 접수받고 나눠주는 곳에서 자원봉사에 투입됐다. 그곳에서 구호 물품을 나눠주면서 재난 현장의 빛과 그림자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밤새 수색작업을 하던 소방관과 경찰관들은 오후 9∼10시경 빵, 우유를 먹기 위해 구호물품센터를 찾아왔다. 그들은 껍질을 까먹는 귤도 먹지 못했다. 촌각을 다투는 수색 현장에서 귤껍질을 까는 시간조차 낭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방관과 경찰관들은 간단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빵, 우유를 요청했다. 유가족들은 슬픔에 차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가 밤늦게 라면을 찾기도 했다. 반면 유족이나 수색조가 아닌데 샤워용품 등 구호 물품을 잔뜩 챙겨가는 얌체들도 있었다. 서너 시간에 한 번씩 찾아와 구호물품을 챙겨가거나 쇼핑백에 담아가기도 했다.
김효은 학생은 이번 참사 같은 큰 재난 상황을 보지 못했다. 이런 큰 재난 상황에 유가족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자원봉사에 나섰고 그만큼 보람이 컸다.
그는 “소중한 이웃들이 희생된 것을 알고 어떻게든 돕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며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갈 계획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자원봉사 활동을 계속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UNIST 학우들도 학업과 함께 주변 이웃을 돌아보는 봉사 활동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2025년 1월 22일 동아일보 “제주항공 참사 나눔 이야기 〈4〉 이웃 아픔 어루만진 겨울방학”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