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같은 전자장치에 들어가는 ‘컨버터(converter)’가 더욱 똑똑하게 진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컨버터는 전력의 형태(교류나 직류, 주파수 등)을 바꿔주는 전자 회로다. 그런데 최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다양한 기능까지 갖춘 ‘스마트 컨버터(smart converter)’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예를 들면 컨버터가 태양전지판에 생긴 문제를 감지하고, 고치며, 전체 건물 운영에 필요한 전력량까지 계산하는 수준까지 발전시키려는 것이다.
태양전지 컨버터 분야를 연구해 온 캐서린 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태양광 발전뿐 아니라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에서 컨버터의 역할은 중요하다”며 “컨버터가 전체 발전시스템의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할 수 있도록 똑똑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작년 8월 말, UNIST로 부임한 김 교수는 전기전자공학 트랙에서 유일한 여교수라 더욱 눈에 띈다. 한 학기를 보내며 UNIST에 적응한 그녀를 만나 연구 분야와 UNIST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Q. 주요 연구 분야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주로 전원 장치를 개발하고, 이 장치들을 제어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전원들과 고효율 장치들에 관심이 많은데요. 대학원에서는 태양전지나 광(光)발전을 위한 컨버터(DC-DC converter)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빛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패널을 만들고, 이를 제어하는 방법을 찾는 겁니다. 또 생산된 전기의 전력 형태를 변환시켜 전기가 필요한 다양한 곳에서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Q.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컴퓨터공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흥미가 있어서 전공도 그 쪽으로 진학했는데요. 우연히 ‘전기 회로’에 대한 수업을 듣고 그 매력에 빠져버렸습니다. 전기가 흐르는 회로를 설계하는 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그 작업이 제게는 마치 ‘퍼즐 맞추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거기에 재미를 느껴 전공도 전기전자공학으로 바꿨고 졸업 후에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텍사스 인스투루먼트는 인텔과 삼성처럼 유명한 반도체 제조 기업인데요. 휴대전화용 칩, 디지털 신호 처리기(DSP)와 아날로그 반도체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컨버터 분야를 연구하게 됐습니다.
Q. 컨버터가 무엇이고, 이 연구에서 중요한 점은 어떤 것인가요?
A. 발전소 등에서 생산된 전기는 우리가 바로 사용하는 건 아닙니다. 각각의 장치에 알맞은 전력 형태로 변환시켜줘야 비로소 쓸 수 있기 때문인데요. 태양전지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얻은 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에서 컨버터 분야를 연구하다 보니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각 장치에 맞춰서 쓸 수 있도록 변환할 수 있는 컨버터에 관심이 갔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으로 진학해 광발전 시스템을 제어하는 분야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기존 컨버터는 전압이나 전력 종류(교류, 직류) 등을 변환시켜주는 장치였는데요. 최근에는 컨버터를 똑똑하게 만드는 게 중요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태양전지의 각 셀에 생긴 문제를 감지하고, 보고하고, 고치기까지 하는 ‘스마트 컨버터(smart converter)’를 개발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빌딩에서 필요한 전력량을 파악하고 태양전지를 가동시켜 쓸 만큼의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런 수준까지 도달하려는 게 컨버터 연구자들이 지향하는 바입니다. 물론 아직은 이런 기술들이 걸음마 단계에 있고 저를 비롯한 세계의 연구자들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Q. 이 분야에서 교수님께서 진행하신 대표적인 연구 성과가 있을까요?
A. 태양전지는 늘 강한 태양빛을 받게 되는데요. 이 때문에 전지의 온도가 너무 높아지면 전기를 생산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이런 부분을 핫 스팟(hot spot)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컨버터 스스로 핫 스팟을 감지하고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또한 컨버터 규모를 줄이면서 태양광 패널의 출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연구했습니다. 연구자들이 꿈꾸는 ‘스마트 컨버터’에 비하면 아주 조그마한 기술이지만 이 기술을 기반으로 조금씩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어떤 연구를 진행하실 계획인가요?
A. 우선은 광발전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계획입니다. 아직 초기 단계인 스마트 컨버터를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겁니다. 그리고 제가 진행한 연구들을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나 마이크로 그리드(micro grid)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또 정지훈 교수, 김진국 교수와 함께 웨어러블 전자공학이나 고효율 전기차를 위한 연구 등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지금 당장은 연구실을 꾸려서 전기전자공학과 제어 연구에 혁신적인 기여할 수 있는 성과를 내고 싶습니다. 이와 더불어 UNIST에서 진행한 전기전자공학 연구가 UNIST를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Q. 이 분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현재 발전과 에너지 효율 분야의 추세를 보면 전기전자공학과 제어 분야를 연구하기에 매우 좋은 시기입니다. 신재생에너지 시스템과 전기차, 스마트 그리드, LED 광원, 웨어러블 전자장비, 그리고 에너지 수확기술은 모두 전기전자공학과 제어 장치 연구가 기반이 됩니다. 만약 전 세계 사람들에게 깨끗한 전원을 공급하는 데 흥미를 느끼고 이 분야를 연구하고 싶다면 전기전자공학과 제어 분야를 연구하라고 추천하겠습니다.
Q. 한국에 오기로 결심한 이유, 또 UNIST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A. 한국은 전기전자공학 분야에 많이 투자하는 나라인데다 삼성 같은 세계적인 전기전자기업이 있는 나라입니다. 미국에서는 다른 분야보다 전기전자공학의 비중이 낮은 편이고요. 전기전자공학 분야는 미국보다 한국이 훨씬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연구하는 분야를 더 필요한 곳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라고 판단했고, UNIST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UNIST는 국제화를 강조하면서 세계 수준의 연구를 지향하는 새로운 학교라고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한국인이어서 한국어에 익숙하기도 했고, UNIST가 제공하는 남다른 기회에 끌렸습니다. 전기전자공학 분야에서 훌륭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후학을 양성할 수 있고, 한국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사랑을 펼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UNIST에 와보니 다양한 관심사와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끈끈한 공동체로 엮여 있었습니다.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지만 학생 동아리는 예술과 음악과 인문학 분야까지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학과는 달라도 캠퍼스 안에서 다른 분야 교수들과도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라 융합연구를 하기에도 좋습니다. 균형 잡힌 학부 교육과 학제 간 융합이 가능한 환경은 UNIST의 큰 강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