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UNIST 학부생 ‘제마은’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시집을 출간하게 되어, 이에 관해 취재 요청이 가능한지 여쭤보고 싶어서 연락드립니다. 해당 도서명은 ‘이대로’입니다.”
3월 25일 UNIST News Center로 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제마은’이라는 독특한 이름과 공대생이 출간한 ‘시집’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UNIST 학부생 중에는 같은 이름의 학생이 없었다. 휴대전화도 받지 않아 실의에 빠질 즈음 통화가 성사됐다. 일주일 뒤 그를 만나 시집을 낸 사연을 들어봤다.
본명이 ‘박경용’이라고 밝힌 제마은 씨는 2012년에 UNIST에 입학한 남학생이다. 군대에 다녀오느라 이번 학기에 1학년 2학기 과정을 소화하고 있다. 시집을 내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버킷 리스트(Buket List) 중 하나가 ‘내 이름으로 책 내기’였다”며 “어렵게만 생각한 목표였는데 군대에서 쓴 시가 90편이라 시집으로 묶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류시화 작가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라는 시집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군 입대 전 친한 선배에게 선물 받은 이 책을 읽고 ‘책을 내고 싶다’는 목표에 도전할 용기를 얻었다는 것이다.
제마은 씨는 “글 쓰는 걸 좋아하고 고민과 사색이 많은 편이라 생각이 떠오르면 노트에 기록한다”며 “군대에서 생활하면서 들었던 고민 등을 시로 썼고 그것이 묶여 책이 됐다”고 말했다. 시집에 담긴 시들은 주로 미래에 대한 고민과 과거에 대한 기억 등을 노래하고 있다. 해군에서 생활한 그가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에서 느끼고 생각하면서 성장하는 과정도 엿보인다.
누군가에게 영감 주는 글 쓰고파
제마은 씨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다른 이들도 시를 읽고 영감을 얻기를 바란다. 일단 쓰인 시는 작가를 떠나 독자의 경험과 정서에 따라 해석된다. 이런 특성 덕분에 저마다의 해석으로 시를 읽고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누구나 가슴에 보내지 못한 편지를 품고 있고, 쉬이 잊어지지 않는 감정이 있다”며 “제가 쓴 시를 읽고 자신만의 영감을 얻고, 또 감정에 솔직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의 인생 목표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생명과학을 전공으로 선택할 생각이지만 과학자보다는 과학기자를 꿈꾸고 있다. 과학의 재미를 제대로 알리는 글을 써 어린이나 청소년이 과학을 친숙하게 받아들이도록 돕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여름방학 즈음 동화에 과학적인 내용을 녹여내는 형태의 책을 쓸 계획”이라며 “시집 을 출간하면서 얻은 경험을 활용해 새로운 책을 출판하는 데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집 출간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도전해서 이뤄냈다는 점에서 스스로 뿌듯하다”며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꿈을 이루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름 지은 것처럼 삶도 스스로 만들어가겠다
제마은 씨는 ‘자신의 마음을 보여준다’는 뜻을 담아 필명을 지었다. 누군가에서 마음을 이야기할 때 “제 마음은…”이라고 표현하는 데 착안한 아이디어다. 그는 “‘박경용’이라는 이름은 다른 사람이 지어준 이름이지만 ‘제마은’은 직접 붙인 이름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름을 지은 뒤 그는 새로 만나는 사람에게 필명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복학하기 전 잠시 뮤지컬 동호회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그를 모두 제마은으로 알고 있다.
그는 “남들이 보기에 안정적인 평범하고 순탄한 삶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꿈꾸고 이뤄나가고 싶다”며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