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와서 가장 좋았던 것은, 내 연구의 결과를 산업에 바로 접목하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어요. 연구의 방향성도 제대로 확인 할 수 있고요.”
지난 10월 27일 저녁, 울산시 남구 삼산동의 한 식당에서 마주 한 손숙영(25․경영학과 09학번)씨. 현대중공업 중앙기술원 선도기술연구소 공정IT연구실에 입사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UNIST 졸업생이다. 학사와 석사 통합과정을 밟아 5년 만에 졸업했고, 총학생회와 학부 학생회 활동도 부지런히 해냈다.
손 씨가 학교에서 주로 했던 연구 분야는 최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빅데이터(Big Data) 분석이었다. 그 중에서도 프로세스 마이닝(Process Mining)이다. 이 연구 분야는 다양한 행동이 기록된 데이터를 분석해 일정한 모델을 자동으로 도출하는 것이다.
손 씨가 현대중공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작년 가을, 삼성전기에서 주최한 ‘제9회 Inside edge 논문대상’에서 동상을 받으면서다. 당시 손 씨의 논문을 유심히 살펴보던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손 씨에게 입사지원을 권유했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학업과 취업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 했으니까요. 며칠을 고민하던 차에 연구 결과를 현장에서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취업을 선택했어요. 입사 지원서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새로운 길을 가게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죠.”
손 씨는 현대중공업 뿐 아니라 다른 유명 대기업에도 입사 지원서를 제출했다. 결과는 모두 합격, 이러저런 고민 끝에 현대중공업을 선택했다.
“지역적인 이유가 가장 컸죠. 더 큰 도시의 기업이라도 울산과 비슷하면 울산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모교가 인근에 있다는 것도 선택하는데 큰 역할을 했어요.”
손 씨에게 입사지원을 권유한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손 씨가 근무 중인 공정IT연구실에서 실장을 맡고 있다. UNIST 졸업생 가운데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6명이다. 이 중 4명이 손 씨가 근무하는 공정IT연구실에서 활동 중이다. 전체 인원이 12명인 공정IT연구실의 33%가 UNIST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손 씨는 작년 10월 UNIST에 발전기금 100만원을 쾌척했다. 학생 기부 중 최고 금액이다. 발전기금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앞서 언급된 논문대회 때문이었다.
“논문 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어디에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 생각하다 학교 발전기금으로 기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어요. 송민석 교수님을 비롯해 연구실 선후배 등과 의논해 결정하게 됐어요.”
손 씨는 학교에 부채감을 갖고 있었다. 첫 입학생이라는 이유로 누렸던 많은 혜택,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가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가 기회를 준 것이라고 했다. 그것을 되돌려 줘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사실 발전기금을 낸 것은 받은 사랑을 되돌려 준다는 의미가 컸어요. 앞으로 후배들의 안정된 학업과 연구를 위해 작은 힘이지만 보태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UNIST 동문 활동도 열심히 하고 싶고요.”
손 씨는 UNIST에서 내일의 과학자 꿈을 기르고 있을 후배들에게도 한마디 했다. 손 씨의 남동생인 손재영(23․기계 및 신소재공학부)군 역시 UNIST에 재학 중이다. 그래서인지 손 씨는 후배들이 친동생 같고, 사랑스럽다고 강조했다.
“후배들이 보다 많은 세상을 봤으면 좋겠어요. 반연리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여행도 다니고 다른 학교 학생들과 교류도 많이 하면서 견문을 넓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면, 해야 할 일이 많아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