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계투 투수가 선발투수가 만든 리드를 마무리투수에게 성공적으로 넘겨줬음을 뜻하는 ‘홀드’라는 야구 기록이 있다. 투구 수가 적어 오랫동안 괄시됐던 홀드는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안상준 UNIST 기계및원자력공학부 교수는 원자력이 에너지계의 ‘홀드왕’이 되길 바란다. “먼 미래에 대체에너지가 성공하기 전까지 그 사이를 메워줄 에너지원이 필요한데 그것이 원자력에너지”라고 안 교수는 말한다.
환경과 효율 문제 푼 원자력에너지
에너지원에 가장 필요한 조건 두 가지는 높은 에너지 효율과 환경 보존이다. 기존에 사용된 화석연료는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문제를 발생시켰고, 이로 인해 필요성이 대두된 대체에너지는 에너지 효율이 15~20%에 불과해 주력 에너지원으로 쓰기엔 아직 부족하다.
안 교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에너지원이 원자력에너지라고 자신한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이산화탄소나 공해물질을 많이 배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원자력에너지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중 하나가 원전사고에 대한 우려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사람들에게 뿌리 깊게 각인돼 있다.
이에 안 교수는 “연간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만 5000명 가량”이라며 “원자력공학으로 인한 사망자는 훨씬 적다. 원자력공학이 인류에 덜 해로운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후쿠시마의 원자로인 비등수형원자로(BWR)와 달리, 우리나라는 안전성이 더 좋은 가압수형원자로(PWR)를 사용하고 있다. 안 교수는 “PWR은 일부러 방사성물질 대량유출 사고를 내기도 어렵다”며 원전사고의 위험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핵주기’ 완성이 꿈
원자력에너지의 또 다른 걱정거리는 핵폐기물 처리다. 원료의 3~5%만 사용한 뒤 나머지 95%의 핵연료는 땅에 묻는다. 하지만 방사선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주민이 많기 때문에 핵 폐기장 부지를 마련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에 안 교수는 “일일 방사성 물질 배출량을 따지면 화력발전소보다 낮고, 심지어 비행기를 타고 갈 때 태양으로부터 받는 방사선 양이 더 많다”며 “핵폐기물 저장시설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그보다 국토가 좁아 핵폐기물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용한 핵연료를 재사용해 폐기물 양 자체를 줄여야 한다. 그래서 안 교수는 핵연료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용 후 핵연료를 재사용하며, 핵 비확산 등 세 단계의 ‘핵주기’ 완성을 자신의 최종 목표로 삼았다.
원자력에너지 분야는 국가 간에 핵심163기술을 공유하기가 쉽지 않아, 다른 나라의 도움 없이 우리나라가 직접 개발해야 한다. 안 교수가 국내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핵연료 연구를 개척하기 위해 미국에서 5년 동안 우라늄을 자르며 실험했다.
안 교수는 “2028년, 사용후 핵연료 재사용에 관건이 될 소듐냉각고속로 원형로(PGSFR) 완공을 목표로 둔 지금이 우리나라 원자력에너지 발전에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20년에 PGSFR 특정설계 승인을 획득하고 2028년에 건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 1월엔 PGSFR에 장전할 핵연료 집합체 시제품도 만들었다. 국내 연구진은 목표 달성을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구실 人사이드] 손가락이 베일 만큼 날카롭게 알아야한다
안상준 교수는 “전문가임을 자부하고 싶다면 칼날 같이 알아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자신이 아는 것을 설명할 때 유치원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선명하고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아는지 모르는지 헷갈리면 모르는 것이니 반드시 찾아보라고 얘기한다. 교수의 요약본만 읽고 넘어가는 공부가 아닌, 궁금한 것을 끊임없이 찾아보는 공부를 독려한다.
서동준 과학동아 기자 | bios@donga.com
<본 기사는 2016년 3월 ‘과학동아’에 ‘‘에너지계의 ‘홀드왕’을 꿈꾼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