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경영의 중심은 ‘썰’이었다. 전문가의 말 한마디가 기업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했다.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할 필요를 느낀 기업들은 선호도나 만족도 등 지표를 조사하고 측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경영의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이런 변화를 반영해 UNIST는 올해 경영공학부를 신설했다. 경영의 핵심인 데이터를 연구하는 신생학부의 젊은 피, 이창용 UNIST 경영공학부 교수를 만나봤다.
새로운 상품을 만들거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은 모든 기업의 숙명이다. 하지만 전세계 기업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히트 아이템’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실패 시 위험성도 상당하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정확한 예측이 필요하다. 자신들의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을 알아야 계속 갈지 멈출지를 정하고,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경제지표뿐만이 아니다. 특허, 기사, 논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수집해야 할 정보도 방대해졌다.
이에 UNIST 경영공학부는 다양한 유형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기업의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연구다 보니 어떤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할 것인지가 첫 번째 관건이다. 다양한 데이터 중에서도 이창용 UN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최근 위키피디아 데이터를 통해 신기술을 발굴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전에는 신기술 발굴을 위해 특허 데이터를 주로 활용했다. 그러나 최근 한계가 드러났다. 이 교수는 3D 프린팅 기술을 예로 들었다.
“3D 프린팅을 뜻하는 유사한 명칭들도 많고, 특허에 3D 프린팅이 잠깐 언급됐을 뿐 실제론 3D 프린팅과 관련 없는 것들도 많죠. 그래서 제목, 초록, 본문 어디에서 어떻게 검색해 데이터를 추출할지 기준이 애매합니다. 또 특허 취득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특허가 나왔다는 것은 곧 신기술로서는 늦었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 교수가 새롭게 찾은 데이터는 위키피디아다. 위키피디아에는 대상과 연관된 항목들이 하이퍼링크로 연결돼 있는데 이 항목들을 연결 지어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를 분석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당장 지금은 관련이 없는 것이라도 추후에 연결될 소지가 있는 것을 예측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파생 기술을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위키피디아에 있는 2010년까지의 3D 프린팅 데이터로 검증해본 결과 뇌 이식, 우주정거장 건설 등과 연결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3D 프린팅 기술은 현재 우주건설, 인공 장기와 관련해 연구가 한창이다.
UNIST의 빅데이터 연구센터는 이렇게 개발한 예측 모형을 실제 산업과 연계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현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근로복지공단 등과 함께 중소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한 분석 및 예측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예산이나 시간, 전문성이 대기업보다 부족해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을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정부차원에서 중소기업 육성을 지원하기 위해 KISTI에서 기술기회발굴(TOD) 시스템을 개발해 중소기업이 활용하게끔 운영하는데, 이 교수가 3년째 참여하고 있다.
또 수학, 사회학 같은 다른 학문과의 교류도 빅데이터 연구센터를 통해 이뤄진다. 이 교수는 “경영공학은 어떤 분야와 결합하느냐에 따라 연구 성격이 확연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신사업 창출이나 경영전략을 좋아할 수도 있고 교통 시스템 분석이나 시스템 개발에 흥미를 느낄 수도 있다”며 “빅데이터 연구센터를 통해 여러 분야를 연구하면서 자신의 적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실 人사이드] 공학도에 걸맞는 책임감부터
연구팀을 이끌어 가다보니 이 교수는 학생들이 갖춘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인성입니다. 성실하고, 팀원들끼리 잘 지내면 연구는 다 잘 하게 되는 것 같아요(웃음).” 때문에 학생들의 연구에 대한 책임감이나 성실함을 더 눈여겨 보게 됐다고. 이 교수는 “지금 연구실에 있는 학생들은 전문분야도, 좋아하는 것도 각기 다르지만 실력과 인성 모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서동준 과학동아 기자 | bios@donga.com
<본 기사는 2016년 9월 ‘과학동아’에 “미래 기술 예측하는 ‘첨단 경영’”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