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과 와플이 만나 아이스크림콘이 탄생했듯이,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두 물건을 합치면 각각의 장점을 가진 뛰어난 물건으로 탄생할 수 있다. UNIST 유기광전소자실험실을 이끌고 있는 송명훈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햇빛으로 전기를 만드는 태양전지와 전기로 빛을 내는 발광소자를 하나로 합쳤다.
UNIST 유기광전소자실험실에서는 발광소자와 태양전지, 레이징소자 같은 유기광전소자의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햇빛으로부터 전기를 최대한 생산할 수 있는 고효율 태양전지나,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휘어지거나 늘어날 수 있는 광전소자 등이다.
지난해 5월, 연구팀은 재료공학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온라인판에 기발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DOI: 10.1002/adma.201500663). 태양전지와 발광소자를 합쳐, 빛으로 전기를 만들 수도 있고 전기로 빛을 낼 수도 있는 광전소자를 제안한 것이다.
송명훈 교수는 가로등에 붙어 있는 태양전지판을 보고 아이디어를 냈다. 이 가로등은 낮에는 태양전지판으로 전기를 만들어 저장하고, 밤에는 이 전기를 이용해 가로등 전등으로 불을 밝힌다. 만약 이 두 가지를 합한다면 광전소자 하나로 낮에는 전기를 만들고, 밤에는 빛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유기물 혹은 고분자 기반의 태양전지나 발광소자는 파장을 조절할 수 있고, 휘거나 늘릴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전기를 만들거나 빛을 내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와 반대로 실리콘 같은 무기물 기반의 태양전지나 발광소자는 효율은 높지만, 공정 과정에서 진공장비가 필요한데다 휘거나 늘어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유기물와 무기물을 혼합해서 만든 ‘유무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소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소자를 이용하면 태양전지뿐만 아니라 발광소자로도 이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유기물과 무기물의 장점을 갖추고 있는 일석이조 소자다.
하지만 기존의 페로브스카이트 광전소자는 안정성은 높지만 효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페로브스카이트와 전자수송층 사이에 있는 에너지 장벽 때문에 전자가 잘 이동하지 못해서다.
UNIST 유기광전소자실험실에서는 전자가 이동하는 전자이송층에 에탄올아민이라는 극성용매를 넣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극성용매는 전자가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연구팀은 에탄올아민을 이산화티타늄 위에 떨어뜨린 뒤 회전시키면서 코팅했다.
그 결과 전자수송층과 활성층 사이에 쌍극자가 생기면서 전자가 이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작아지고 전자 흐름이 좋아졌다. 이 소자를 태양전지로 사용하면 기존 태양전지보다 효율이 30% 증가했다. 또 발광소자로 활용할 때 휘도(밝기)는 기존 소자보다 5배나 높았다. 연구팀은 현재 페로브스카이트 소자의 효율을 더욱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송 교수는 “유무기 페로브스카이트 광전소자를 여러 분야에서 두루 쓸 수 있다”며 “예를 들면 창문이나 벽지에 넣어 감성적인 조명을 만들거나, 건물 간판에 활용해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연구실 人사이드] THINK DIFFERENT!
송명훈 교수는 박사과정 동안에도 남다른 시선으로 연구 성과를 올렸다. 콜레스테릭 액정(평면에 배열한 분자의 각 층이 나선상으로 회전하는 액정)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콜레스테릭 액정의 단층구조에서 액정의 나선구조와 같은 방향의 원평광에 대해서만 반사가 일어나 반사율이 50% 미만인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그는 두 개의 콜레스테릭 액정 사이에 막대 모양의 네마틱 액정을 도입해 반사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송 교수는 연구실 제자들에게도 항상 호기심을 갖고 자신의 연구에 대해 스스로 동기를 갖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미 예측된 결론을 찾기보다는 다양한 변수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하라”고 강조한다.
이정아 과학동아 기자 | zzunga@donga.com
<본 기사는 2016년 11월 ‘과학동아’에 “상식 넘어선 도전, 빛나는 태양전지”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