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보다 의자가 높은 SUV 차량에 쉽게 타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접히는 디스플레이 폰이 개발된다면 몇 번을 접어야 편리할까…. 인간공학은 어떻게 하면 사람에게 가장 편안하고, 가장 편리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는 학문이다.
경규형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는 “사람의 신체와 인지, 감성 등을 고려해 제품과 환경을 설계하면 기존보다 편리함과 효율성, 안전성,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간공학을 대학원 과정에서 독립된 학과로 운영하고 있다.
이미 생활 속에서 인간공학을 접목한 제품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컴퓨터를 할 때 마우스를 오랫동안 사용하면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인체공학적으로 마우스를 만들면 손목에 힘이 덜 들어가고 편안한 자세로 작업할 수 있다.
편안한 버튼 위치와 모니터 곡률, 실험으로 알아내
스마트폰의 스크린은 점점 커지고 이에 따라 홈 버튼은 사라지고 있다. 스크린 안에 터치식 버튼이 생기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홈 버튼이 스마트폰 뒷면에 생길 전망이다. 이 버튼이 어느 위치에 있어야 가장 효율적일까.
사람마다 손 크기가 다르고 손가락 길이도 다르다. 스마트폰은 기성품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에게 편안한 위치에 버튼이 있어야 한다. 경 교수팀은 실험으로 알아봤다.
실험참가자들에게 스마트폰 모양의 모형을 한 손으로 쥐게 한 뒤, 쥔 손의 검지로 휴대전화 뒷면에 누르기 편한 부분을 터치하게 했다. 그리고 휴대전화 뒷면을 2차원 좌표로 보고 스마트폰 기종마다 참가자들이 터치한 부분이 공통적으로 겹치는 범위를 알아냈다.
경 교수는 “이 연구 결과를 적용하면 스마트폰을 만들 때 한손으로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후면 위치에 버튼을 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TV나 컴퓨터 모니터가 얼마만큼 휘어져 있을 때 사용자에게 가장 편안한지도 연구했다. 곡률이 서로 다른 모형 스크린을 만들어 거기에 프로젝트로 영상을 띄운 다음, 사람의 눈에 가장 편안한 곡률을 찾은 것이다.
모니터의 크기는 모두 같고(길이 1220mm×높이 382mm) 곡률반지름은 1200mm, 600mm, 400mm로 달랐다. 각 모니터에 텍스트를 띄운 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약 50cm 떨어진 거리에서 오탈자를 찾게 했다. 그리고 모니터 앞에 놓은 아이 트래커(눈 추적기)를 통해 사용자의 좌우 눈을 관찰했다.
눈이 피로할수록 동공이 작아지고 눈을 깜빡이는 횟수도 많아진다. 그 결과 오탈자를 찾는 데 가장 유리한 것은 곡률반지름이 600mm와 1200mm인 모니터였고, 400mm와 평면 순으로 불리했다. 또 눈의 피로도는 평면에서 가장 심하고, 600mm에서 가장 덜했다. 연구팀은 모니터의 곡률반지름이 600mm일 때 가독성이 높고 사용자의 눈이 피로를 덜 느낀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응용 인간공학’ 4월호에 발표했다(doi:10.1016/j.apergo.2016.11.012).
경규형 교수는 “일반 공학 분야는 특정 기술의 연구에만 집중하지만, 인간공학은 사람과 기계, 또는 환경의 관계에 주목한다”면서 “기존 제품을 개선하거나 새 제품을 고안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실 人사이드]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
경규형 교수는 대학원 연구실 생활도 하나의 사회생활로 본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항상 기본기를 갖추도록 조언한다. 그는 “회사에서 상사에게 직원들이 상시 보고를 하는 것처럼, 연구실에서도 교수에게 자주 보고해야 한다”면서 “특히 교수가 물어보기 전에 미리 보고를 통해 연구하는 과정을 공유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정아 과학동아 기자 | zzunga@donga.com
<본 기사는 2017년 5월 ‘과학동아’에 “[과학동아] [Career] 사람에게 가장 편안하고 편리한 사물을 고민하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