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장의 드레스 사진이 전 세계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드레스 사진을 보고 파란색에 검정색 레이스로 보인다는 ‘파검’파와 흰색에 금색 레이스로 보인다는 ‘흰금’파로 나뉘는, 사람마다 색이 다르게 인지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비슷하게 운동화 색 논란도 있다. 분홍에 흰색 끈으로 보는 사람들과 회색에 민트색 끈으로 보는 사람들로 나뉜다.
드레스 색 논란은 정말 예기치 않게 전세계 사람들이 색 인지에 관해 흥미를 가지게 된 계기였기에 필자는 그 후 수업 혹은 강연을 다닐 때 그 유명한 드레스 사진으로 색채 과학 소개를 시작하곤 한다. 이렇게 사람마다 다르게 보는 이유는 색의 항상성과 관련이 있고 사람마다 뇌에서 해석이 다를 수 있어 발생한 현상이다.
워낙 전세계적인 관심사였던 지라 이 현상을 잘 설명하는 글은 인터넷 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 더 이상 논란이라고 볼 수 없는 문제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어떤 분이 이 문제에 대해 문의를 해왔다. 드레스 색이나 운동화 색이 어떻게 인지되는 가가 여성/남성 호르몬에 따라 영향을 받는 다른 글이 인터넷 상에 돌아다닌 다는 것이다. 물론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말이다. 도대체 출처가 어딘가 싶어 검색을 해봐도 쉽게 찾을 수 없다. 그저 그런 말이 있다더라 하면서 전파되는 모양새다. 다른 언어는 모르겠으나 영어로 검색을 했을 때 호르몬과 관련된 내용은 단 한곳도 없는 것을 보면 마치 성격 검사 같이 사용되며 우리나라에서만 전파되는 잘못된 정보가 아닌가 싶다.
색 인지, 화질 혹은 색 감성 등에 대해 연구할 때 성별, 인종, 나이 등 피험자 그룹에 따른 응답 차이가 있는지도 많이 분석하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연구들을 보면 색 인지 특성이 성별이나 인종에 따라 다르지는 않다. 개인차는 존재하나 집단 간 평균에는 차이가 없다는 의미로 그 덕분에 색을 표현하는 국제 표준이 가능한 것이다.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한 색 인지와 다르게 색을 보고 어떻게 느끼는가에 관한 색 감성의 경우 감성의 종류에 따라 집단 간 차이가 어느 정도 존재하기도 한다. 따듯한-차가운과 같은 색감성은 전 세계 사람들 간에 공통적인 특성을 갖는 반면 어떤 색이 여성적-남성적, 클래식-모던 등은 문화에 영향을 받는다.
곽영신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색채과학
<본 칼럼은 2021년 8월 4일 경상일보 14면 ‘[곽영신의 색채이야기(8)]성별에 따른 색인지 차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