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lure OK, Start Again!(실패해도 괜찮아. 다시 시작하는 거야!)”
일흔셋 노 교수의 목소리는 카랑카랑 힘이 넘쳤다. 그는 “실패는 성공을 위한 과정”이라고 역설했다. “실패가 너희를 더 크게 성장시킬 것”이라고 다독였고, “다시 일어나 새롭게 도전하라”고 용기를 북돋웠다. UNIST 대강당을 가득 메운 400여 청중의 눈빛은 진지했고, 뜨거웠다.
강단에 선 노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인 댄 셰흐트만(Dan Shechtman) 박사다. ‘제3의 고체’라고 불리는 ‘준결정’을 발견해 201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세계적 석학이다. 국민적 존경과 지지가 높아 이스라엘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이날 청중은 울산의 고교생 과학 꿈나무들이었다. 일부는 부산에서 달려왔다. 노 교수는 그들에게 “실패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용기를 가져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같은 도전이 지역과 국가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도 했다. 과학 꿈나무들의 박수소리가 강당 가득 이어졌다.
UNIST의 노벨상 수상자 특별강연은 이번이 6번째다. 최근 3년새 팀 헌트(2001년 생리의학상), 콘스탄틴 노보셀로프(2010년 물리학상), 존 거던(2012년 생리의학상), 네기시 에이치(2010년 화학상), 아다 요나스(2009년 화학상) 등 세계적 석학들이 잇따라 강단에 섰다.
노벨상 수상자가 울산에서 특별강연하는 건 UNIST 개교 이전엔 드문 일이었다. UNIST 특별강연엔 매번 300명 이상의 고교생 과학 꿈나무들이 초청됐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그들에게 인류의 삶에 공헌하는 과학자로서의 사명과 열정을 들려주었고, 꿈나무들은 그들의 육성을 들으며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품었다.
UNIST 교정에는 6명의 노벨상 과학자가 손수 심은 6그루의 노벨 꿈나무가 자라고 있다. UNIST는 이곳을 ‘노벨동산’이라고 부른다. UNIST의 젊은 과학도들은 이곳을 오가며 노벨상의 큰 꿈을 키워가고 있다. 노벨 꿈나무는 앞으로 10그루, 20그루로 늘어날 것이다.
UNIST 캠퍼스에선 또다른 ‘노벨상의 꿈’도 무르익고 있다. 정부의 ‘노벨상 프로젝트’로 불리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캠퍼스 연구단 3곳이 올해 UNIST에 둥지를 틀었다. 세계적 석학인 스티브 그래닉(Steve Granick)과 로드니 루오프(Rodney S. Ruoff) 박사가 일찌감치 단장으로 선정돼 연구진을 이끌고 있고, 미국 국립보건원(NIH) 종신연구원의 명예를 뒤로 하고 UNIST로 달려온 명경재 박사가 12월부터 3번째 연구단을 꾸린다. IBS 연구단은 각각 정부로부터 10년간 최대 10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UNIST가 3개 연구단을 통해 최대 3000억원의 연구비를 울산에 유치했다는 의미다. 울산시가 15년간 UNIST에 지원키로 한 1500억원의 2배 규모다.
UNIST의 IBS 연구단은 인류의 삶을 바꿔놓을, 과학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구한다. ‘첨단 연성 응집물질’과 ‘다차원 탄소 재료’ ‘유전체 보전’ 연구가 주된 과제다. UNIST에선 세계적 석학과 젊은 과학도들의 연구 열기가 가막골의 늦가을 밤을 뜨겁게 밝히고 있다.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하고 있는 UNIST의 오늘은 그렇듯 큰 꿈과 포부로 채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