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20일, 전 세계적으로 큰 뉴스를 오바마 대통령이 만들었다. DNA 모형을 들고 나와 미국인 100만명의 게놈정보를 다 읽겠다고 선언했다. 의료혁명을 이끌고, 막대한 의료비를 낮추고, 자국의 첨단 기업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일부 과학자는 터무니 없는 계획이라고 했다. 오바마가 제시한 액수가 고작 2500억원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인간 1명의 게놈해독 비용이 100만원임을 감안하면 그 돈으로 100만명의 게놈을 해독하는 것은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100만명의 게놈 데이터를 분석하려면 수천 대의 수퍼컴퓨터를 수년간 돌려도 안될 뿐 아니라 그 데이터로부터 파생된 고차원 ‘바이오빅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할 인력도 태부족이다.
왜 미국대통령은 이런 헛소리를 했을까? 이는 의료기술 민주화의 시도이고, 고도의 정치적 리더쉽의 일환이다. 미국의 의료계도, 미국의 식약청(FDA)도 매우 보수적이다. 분야의 독점성때문이다.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과기대생이 줄을 서는 것에서도 보듯이 그 직업은 특수층의 수준으로 격상돼 있고, 각종 규제들이 보호장치로 작용한다. 따라서 일반 대중이 자신의 몸을 더 싸고 쉽게 관리, 진단, 예방하는 개인맞춤의료 시대는 정치사회적인 이해와 리더쉽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오바마는 값싸게 의료혁명을 선언한 셈이다. 의료혁명의 근간은 질병의 예측, 진단, 치료가 싸고,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되어야 한다. 집에서 건강관리 뿐 아니라 질병의 관리 및 치료까지도 가능한 날을 의미한다. 그 것은 의료기술의 민주화이고, 핵심 인프라는 산업화를 통한 기업들의 추가 기술혁신들이다.
미국은 2001년 최초의 인간 게놈 하나를 3조원에 해독을 한 뒤 눈부신 혁신을 통해 단돈 100만원에 인간 게놈을 읽는 신산업을 창출했다. 그러나 의료분야는 규제와 제도적 문제들이 있고, 이런 신기술, 신산업과 상품을 빨리 습득할 수 없다. 특히 인간의 유전자 정보를 다 알게 되면 그것을 통한 차별 등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사회적 문제 때문에 기업이 쉽게 투자하지 못한다. 결국 미국에선 이런 사회 윤리적인 문제를 법으로 규정, 바이오 기업들이 특정한 법을 준수만 하면 새로운 게놈기술을 이용해 질병을 국민들이 예측할 수도 있고, 더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는 길을 터 줬다. 미국의 상원 의원들은 여러 번 이런 친기업적 법을 통과시키는데 실패를 했다. 그러다 희한하게도 2008년 오바마가 상원 의원이었을 때 이 법(GINA)를 성공적으로 통과 시켰다. 이 것이 유전자관련 모든 산업의 가장 중요한 법이다.
영국은 이미 10만명의 인간 게놈해독을 추진을 하고 있는데 재미있게도 여기에 돈을 댄 곳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공공의료시스템인 NHS이다. 이 프로젝트의 실제 핵심은 NHS의 개혁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유명한 ‘오바마케어’란 의료개혁과 같은 것이다. 차이점은 영국은 NHS가 직접 회사를 만들어서 바이오산업의 투자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많은 첨단 바이오 기업이 주도를 하고 있어서 오바마는 잔돈을 들고 나와 국가와 국민은 바이오 기업들이 앞으로 열심히 기술개발에 집중하도록 규제개혁을 하겠습니다라고 선언을 해준 셈이다.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은 의료비용을 최대한 낮추고, 더 싸고 정확한 의료혜택을 위한 첨단 과학기술에 대대적인 지원을 해야한다. 오바마의 발표가 있은 후 꼭 한달만에 미국 FDA는 그동안 못하게 했던 일반인의 유전자 검사를 허용했다. 아직은 한 개의 검사항목이지만 이 유전자 검사는 국민이 병원에 가서 의사를 통해서 받는 게 아니다. 누구든 원하면 인터넷에서 돈을 지불하고, 우편으로 모든 샘플 처리를 다 할 수 있는 간편한 서비스이다. 대한민국도 절실한 부분이다.
박종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5년 2월 24일 경상일보 19면에 ‘오바마는 왜 게놈을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