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현재 도시가 겪고 있는 문제들 중 상당수는 그 문제가 발생하기 오래 전에 미리 예측하고 준비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들이다. 얼마 전 울산 도시환경의 문제점에 대한 시민 조사를 시행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지적받은 불편함은 도심 내 주차문제였다. 만약 30년 전의 계획가가 타임머신을 타고 2015년 오늘로 찾아와서 울산의 주차문제를 눈으로 보고 확인 할 수 있었다면, 1980년대 혹은 그 이전의 도시계획은 분명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30년 뒤에 울산은 어떤 도시문제가 있을까? 타임머신이 없는 우리로서 그 정답을 찾기는 어렵지만, 잠시 이웃나라의 도시 상황을 엿본다면 이 질문의 해답도 예상해볼 수 있겠다. 아시아 지역의 도시계획 학회에 참석해보면 일본의 학자들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학자들과 전혀 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의 학자들은 서로 경쟁하듯 신도시개발, 도심재개발, 교통인프라 구축 등 도시의 미래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한다.
반면 일본 학자들은 인구고령화시대의 도시 관리 방안,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주민 참여형 도시재생 관련 연구가 많다. 대한민국 도시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동남아시아 국가보다는 일본과 같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 예측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본의 도시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도시쇠퇴(shrinking cities) 현상이다. 일본 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선진국 역시 도시쇠퇴 문제를 겪고 있다. 도시쇠퇴는 인구구조적인 변화에 의해 도시 인구가 고령화되고 동시에 그 수가 감소하면서 발생되는 문제들이다. 일본의 인구는 2004년 이미 정점에 달했고, 2050년 정점대비 30% 이상의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일본보다 그 시기가 늦어 2030년 정점에 다다르지만 불과 15년 뒤의 미래이다.
도시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문제는 주택가에 늘어나는 빈 집이다. 주택가 빈 집은 도시미관상의 문제를 넘어서, 누구에 의해서도 관리되지 않는 도시공간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방치된 공간은 범죄의 위험에 노출되고 음침해진 주택가 골목은 남아있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공공시설의 수요에도 변화가 발생한다. 도시의 인구밀도가 줄어들면 1인당 행정비용이 증가하고, 학교와 같은 교육시설의 수요는 급감해 도시의 주요 공공시설 중 하나인 학교가 폐교로 남게 된다.
일본의 경우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총 4,179개가 폐교했으며, 폐교되지는 않더라도 교내에서 이용되지 않는 ‘여유교실’은 6만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도심의 일상적 상업 활동 역시 위축되어 식료품구입 등 생활에 필수적인 시설에 도보로 접근이 어려운 고령자 단독가구도 크게 증가했다. 반면 노인복지시설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여 일본 내 중소형 노인시설이 지난 10년간 2만 개소 이상 증가했다.
도시쇠퇴를 경험하는 도시들은 각자 처한 상황에 맞게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버려진 건물이나 공터를 녹지로 바꾸는 그린인프라 구축사업, 빈 집을 관리하기 위해 인접한 대지의 소유자에게 빈 집을 저렴하게 임대하는 방안, 버려진 자산을 매입해 중장기적으로 개발자에게 매각하는 토지은행, 노인관련 지역 복지인프라 정비사업 등이 그것이다.
울산에는 현재 50개 재개발 사업구역이 지정되어 있으나, 일부라도 사업이 추진된 지역은 18개소에 그치고 이나마도 대부분 사업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향후 사업성이 일부 개선되어 몇몇 사업이 현실화 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업구역은 재개발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러한 지역은 조만간 다가올 본격적인 인구 감소 및 고령화시기에 울산 주거환경의 큰 문제로 남을 수 있다.
서울을 비롯한 6개 광역시 중 울산을 제외한 6개 도시에서만 빈집 정비 및 활용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사실도 의아하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인구변화의 큰 흐름을 받아들이고, 도시쇠퇴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부터 고민하는 것이 30년 뒤 울산의 미래세대에게 넘겨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조기혁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5년 3월 4일 울산매일 14면에 ‘다가올 도시쇠퇴시대에 대비하자’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