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의 노스캐롤라이나에는 북미 최고의 첨단과학기술단지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The Research Triangle Park·이하 RTP)’가 위치하고 있다. RTP는 실리콘밸리와 달리 국내에선 많이 생소하다.
실리콘밸리는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스탠퍼드 대학과 버클리, 캘리포니아 주립대 등 IT 계열의 우수한 졸업생,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벤처를 창업해 세계 IT 기술을 혁신 중으로 전 세계에 잘 알려져 있다.
실리콘밸리와 달리 RTP는 IBM, GE 등 세계적인 기업과 연구소 170여개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유치해 지역의 경제적 부흥은 물론 4만명 이상의 고급 인력을 유치하고 있다.
RTP가 들어서기 전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담배나 목화를 재배하던 열약한 농장지대였다. 그런데 어떻게 미국 최대의 과학기술단지를 조성할 수 있었을까? 바로 주정부 주도의 산학연 협력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덕분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는 1950년대부터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듀크 대학 등 3개 명문대를 중심으로 산업 클러스트 RTP를 조성했다. 각종 세제혜택과 정주 여건 개선 등을 통해 우수 기업들을 유치하고, 우수한 인적 자원의 유입은 물론 지역 대학에서 배출되는 우수 인적 자원을 지역 내에 잔류시키는 선순환 경제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이처럼 RTP는 지역 발전을 위해 주정부가 장기간에 걸쳐 주도적으로 이루어낸 성공 신화라는 점에서 울산시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세계 경제는 침체에 빠졌고 더불어 울산은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한계에 직면하고, 조선 산업의 경우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라고 했던가? 50년 전만해도 울산은 인구 10만명이 채 안 되는 가난한 어촌에 불과했다. 현재는 어떠한가?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인구 120만 명의 국내 1위 국민소득을 올리는 산업도시로 도약했다.
어떻게 그런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가? 신이 도운 것인가? 하늘은 스스로 일어날 줄 아는 자를 돕는다 하지 않았던가? 결국은 우리들의 의지 문제라는 것이다.
이제 모든 두려움과 걱정을 떨쳐버리고, 울산시가 주도적으로 나서 울산의 UNIST, 울산대, 울산 TP, 포항시, POSTECH, 포항가속기연구소, 포항TP, 경주시, 양성자가속기연구소 등 지역의 우수한 인적 자원과 더불어 다국적 기업들을 울산으로 유치하면서 K-RTP를 적극 추진해 가야 한다. 나아가서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수출형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고 발굴해 울산, 포항, 경주 및 국가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UNIST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UNIST만의 연구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이미 기울이고 있다. MIT, 스탠포드 대학에 이어 세계 3위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2차 전지 산업 분야를 필두로 탄소섬유 기반 복합소재 분야, 첨단 스마트 센서 분야, 바이오 3D 프린터 분야, 그리고 울산시와 함께 추진 중인 게놈 분야 등 지역 산업 맞춤형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은 물론이고, 타 지역의 우수한 인력들이 자발적으로 울산 지역으로 유입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궁극적으로 울산의 경제발전은 물론, 나아가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할 수 있는 울산 발 K-RTP에 UNIST가 함께 하기를 기대해 본다.
정무영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본 칼럼은 2016년 5월 18일 경상일보 2면에 ‘[위기를 넘어, 미래를 향해]울산, 포항·경주 아우르는 연구개발특구를’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