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들어 2월 중순 배럴당 26.21달러까지 폭락했던 WTI 유가는 5.26 현재, 배럴당 50달러에 육박하는 49.56달러를 기록함으로써 석 달만에 90% 정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유가 향방에 대하여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석유 가격이 시장 전체 참여자들의 시장심리를 반영하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으나 금융거래자들의 참여가 석유시장 가격형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경우만 봐도 2000년 이후 헷지 펀드(Hedge Fund)와 스왑 딜러(Swap Dealer)를 중심으로 급신장 해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석유시장별로 참여자를 대략적으로 분류해 보면 우선 석유선물시장에 참여하는 금융거래자들로는 연기금 펀드, 인덱스 투자자, 헷지 펀드, 기술적 트레이더(technical traders), 리테일 트레이더(retail trader)등을 들 수 있다. 장외시장에서는 실물과 파생상품거래가 함께 거래되는데 석유회사, 정제업자, 실물 트레이더, 하류부문 소비자, 스왑. 옵션 거래를 활성화하는 투자은행(IB), 석유 트레이더 등 시장 조성자(market makers) 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선 투자 은행의 경우 86년, 유가폭락과 이로 인한 OPEC가격체제 붕괴 이후 최대 석유 트레이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이들이 하는 일은 석유 생산자와 다양한 금융거래자들 사이에서 갭을 메꿔주는 기능을 수행하면서 거래에 참여하게 된다.
둘째, 헷지 펀드는 매크로 헷지 펀드(macro hedge fund), 상품전문 헷지 펀드(specialist commodity hedge fund), 블랙박스 헷지 펀드(black box hedge fund) 등 3 종류로 세분할 수 있다.
매크로 헷지 펀드는 거시경제적 이슈를 기준으로 하향식 방법으로 상품시장 뿐만 아니라 금융거래시장등에 폭 넓게 참여한다. 상품전문 헷지 펀드는 상향식 접근법,대규모 데이터를 사용하면서 수급 요인 분석을 바탕으로 상품시장에 참여한다. 블랙박스 헷지 펀드는 자신들 고유의 독특한 계산법을 바탕으로 가격에 대한 방향성을 가지고 투기거래에 참여하는 펀드다.
셋째, 기관 투자자(institutional investors)는 연기금,보험사, 국부 펀드등이 해당되는데 이들은 전형적으로 포트폴리오 다양화 목적에서 펀드중 일부를 석유상품에 투자하는 그룹이며 저가시 구입 했다가 고가일 때 판매하면서 이익 창출과 함께 시장 안정화와 기여하게 된다. 이들은 대개 장외시장에서 스왑 딜러와 계약을 통해 참여하게 되는데 석유선물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게 된다.
넷째, 리테일 투자자(retail investors)는 민간투자자, 고자산 개인투자가 여기에 해당되는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중 하나이다.
미국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상업적 거래자그룹(commercials: 생산자,수요자등 헷징 목적의 거래자)에서는 스왑 딜러가 거래 포지션 증가를 견인하고 있고 비상업적 거래자그룹(non-commercials)에서는 헷지 펀드가 거래 포지션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왑 딜러는 장외시장 실물 거래에 참여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잔여 포지션을 갖게 되고 동 포지션의 헷징을 위해 선물시장 참여가 불가피하다. 물론 순수한 가격 헷징 목적으로만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등 상품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되면 상품 투자유인이 발생하고 이때 자체투자 위험을 부담하면서 투기 거래에 참여하기도 한다. 스왑 딜러는 상업자금 범주에 분류돼 포지션 한도를 면제 받고 있어 언제든 투기적 거래에 참여가 가능하다.
위에서 주요 금융 거래자들의 석유시장 참여 형태를 간략히 살펴봤다.
사실상 이들의 투자 규모와 참여 규모, 참여 방식 및 영역이 워낙 크고 다양하기 때문에 이들에 의한 가격 결정기능을 무시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이들의 영향 또한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금융시장의 침체기에는 수익률 확보를 위해 언제든지 상품시장에 침투할 공산이 크다.
특히 인덱스 펀드의 경우, 대규모 선물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월물 교체과정(rollover, 만기가 되는 근월물을 매도한후 원월물을 매수함으로써 포지션 유지)에서 선물가격의 급등락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또한 금융자본의 참여 확대, 원자재 지수의 지속적 개발등으로 모든 상품이 하나로 연계돼 동조화 되는 현상도 석유가격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선 안될 현상이다.
결국 석유선물시장 등장과 함께 금융거래자의 참여는 지속적으로 확대됐으며 이들은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하는데 기여해 왔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제 새로운 화두는 국경을 넘나드는 석유선물거래의 확대, IT투자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필요성등으로 인해 자연스레 진행되고 있는 증권.선물거래소간의 합종연횡을 조망해야 할 때인 것 같다.
김관섭 UNIST 경영학부 초빙교수
<본 칼럼은 2016년 5월 31일 울산매일 17면에 ‘금융거래자 석유시장 참여와 그 영향력’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