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의 유전 정보의 차이에 기초해 치료를 하려는 의생물학 분야의 맞춤형 의학(Personalized medicine) 혹은 정밀 의학(Precision medicine)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난 몇 달에 걸쳐 이야기 해 봤다.
이번 달에는 이러한 노력이 어떻게 진행되어지고 있는지 예를 통해 살펴보고, 미래에 펼쳐질 치료 방법의 혁신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한다.
최근 들어 미국 영화 배우인 안젤리나 졸리는 자신이 유전적으로 유방암이 걸릴 확률이 높다고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았다. 이는 안젤리나 졸리가 BRCA1이라는 유방암 관련 유전자 변형을 가지고 있기에 유방암 발병률이 높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 BRCA1유전자의 변형으로 왜 유방암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 것일까? BRCA1 유전자는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에 손상이 왔을 때, 이를 돌연변이 없이 치료하는 DNA 상해 복구 과정 중 하나인 상동 재조합 복구 과정 (Homologous Recombination)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한다.
유전 정보를 갖고 있는 DNA는 이중나선 구조를 가지고 있고, 세포가 분열을 할 때마다 두배로 불어나서, 하나의 세포가 두 개로 분열될 때 각각의 세포로 같은 양으로 나뉘어 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 중에 DNA가 내부적, 혹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나선 구조가 부러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방사능에 너무 과도하게 노출되는 경우, DNA 이중 나선의 절단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DNA 이중 나선구조의 절단이 일어날 경우 돌연변이 없이 이를 복구하는 과정이 상동 재조합 복구이다.
따라서, BRCA1 유전자가 제대로 된 상동 재조합 과정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 돌연변이가 축적되게 되고, 축적된 돌연변이들에 의해 암화가 진행되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안젤리나 졸리의 경우, BRCA1 유전자가 정상인 사람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동 재조합 과정이 망가진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DNA 손상 복구를 연구하는 연구진들은 최근에 상동 재조합 과정이 고장난 암세포들이 DNA 나선 절단 복구를 위해서, 상동 재조합 과정이 아닌 염기 절제 복구 과정 (Base Excision Repair)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암세포들은 주변에 있는 정상 세포와 달리 염기 절제 복구 과정을 이용하므로, 이 과정을 막게 되면,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고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기초해 염기 절제 복구 과정에 중요한 유전자인 PARP1이 만드는 PARP1 단백질을 저해하는 물질의 개발이 이어졌고, PARP1 저해제들이 현재 임상 시험 단계에 있다.
작년에 저해제들 중 하나는 미국 식약청에서 임상 허가를 받기도 했다. 앞으로 장기간의 연구 결과를 지켜 봐야겠지만, 새로운 방향의 항암제의 개발이 기대된다.
위와 같은 연구 결과에 힘입어, 여러 다른 암세포들의 DNA 손상 복구 기작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BRCA1 이상에 의한 유방암 발병 확률이 증가하는 것과 비슷하게, 틀린짝 복구 과정 (Mismatch Repair)의 이상에 의한 대장암 발병률이 증가하는 것이 관찰됐다.
약 10% 정도의 대장암이 틀린짝 복구 과정의 이상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틀린짝 복구 과정의 이상을 타깃하는 새로운 물질의 개발은 대장암 환자의 약 10% 정도에 맞춤형 항암 치료 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에 있는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에서는 최근 틀린짝 복구 과정의 이상이 있는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는 물질을 발견하고, 그 작용 기작을 분자적 수준에서 규명했다.
발견된 물질인 Baicalein은 황금(黃芩, 속썩은풀, 학명; Scutellaria baicalensis)의 뿌리에서 발견되는 물질로 한의학에서 간을 좋게 하는 한약제에 들어 있는 물질이다. 앞으로 이 물질을 더욱 개발해 틀린짝 복구 과정에 이상이 있는 대장암을 치료하는 맞춤형 항암제의 개발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들어 암세포 유전자 지도가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의 참여로 만들어 지고 있다. 이러한 암세포 유전자 지도가 밝혀지면서, DNA 손상 복구에 관련된 여러 유전자들이 특정 암에서 다르게 변형되어져 있는 것 또한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DNA 손상 복구 기작의 이상을 타깃하는 맞춤형 정밀 의료 물질의 개발도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명경재 UNIST 특훈교수 /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단장
<본 칼럼은 2016년 6월 20일 울산매일신문 3면에 ‘[명경재 칼럼]DNA 상해 복구 과정 타깃하는 새로운 항암제 개발’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