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과학기술계의 최대이슈는 이세돌과 구글의 세기적인 바둑경기로, 이에 따라 국가적으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졌다. 또한 구글카 등으로 인해 자율주행과 스마트카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고 애플 워치 등으로 인해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반면, 과거 친환경차로 주목받았던 디젤 관련 기술들은 디젤 게이트와 더불어 최근 규제강화 움직임으로 관련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영남권에서는 작년 원전 안전성 이슈로 탄력을 받던 원천해체연구센터 설립이 20대 총선 이후로 연기, 시간이 흘러 잊혀지면서 이제는 무산되는 모양새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서 사회적 이슈변화에 맞게 신속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연구자들은 관련 연구에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세상변화와는 무관하게 본인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연구자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연구자의 성향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모습이 옳은 것인가 많은 논란이 있겠지만, 연구기관 및 정부 차원에서는 각종 이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휴대폰 시장을 선도했던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애플 아이폰이 등장한 후로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하면서 시장에서 도태된 사례는 휴대폰 업계에서는 유명하다. 이 두 회사가 아이폰이라는 새로운 이슈등장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가적으로 새로운 각종 이슈에 대해서 다소 소란스러울 정도로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연구개발 측면에서도 우리나라가 Fast Follower 중심으로만 너무 치우쳐 있어 문제가 많다는 얘기도 하지만, 보완만 잘 하면 이슈변화에 대해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은 국가적인 위기관리 측면에서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사회적인 이슈들을 미리 선점하면서 준비할 수 있을까? 연구자인 필자는 최근의 여러 사회적인 이슈들을 기술적인 관점으로 한번 바라보고 싶다. 최근 주요 사회이슈로 떠오른 미세먼지의 경우를 보자. 어디서 얼마만큼의 양이 들어오거나 발생하는지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한 기술적인 해결방향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미세먼지 센서와 이를 활용한 분석이다. 또한 자율주행차의 경우는 레이더, 이미지, 초음파 등과 같은 센서들이 자율주행의 근간이 되는 핵심기술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최근 제품의 핵심 경쟁력으로 새로운 생체신호센서 탑재여부가 중요하게 사항으로 여겨지고 있다. 원전 안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방사능 센서가 안전관리의 시작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많은 이슈들에 대해 기술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정보를 수집해서 원인을 분석하는 절차이다. 각종 센서로 정보를 수집하고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다양한 스마트센서 기술들을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앞으로 발생하는 각종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기업체 입장에서도 새로운 신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 센서기술을 세부적으로 바라보면 물리, 화학, 생명, 소재, 공정, 반도체, 신호처리, 통신,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들이 힘을 합쳐야지만 사업화가 가능한 분야이므로 성공하기가 만만치는 않다. 즉, 다양한 분야의 회사와 기관들이 각자의 장벽을 허물고 열린 마음으로 협력해서 노력해야만 겨우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서 확보하는 스마트센서 기술은 사회의 각종 이슈변화를 선점함으로써 다양한 시장에서 기술 선점으로 얻게 되는 달콤함으로 보상해 줄 것이라고 믿기에 당장의 답답함이나 성급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재준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6년 7월 6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사회이슈와 기술의 우연한 만남 준비하기’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