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는 최대 10년 내 벌어질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다. 완전자율주행기능을 갖춘 전기차가 등장하는 2020년부터 급변할 미래에 대해 우리는 ‘뭐가 그리 크게 변할 것이 있겠어?’라고 생각한다. 세가지는 맞고 나머지는 틀렸다. 아스팔트 도로와 교통 체계,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아파트의 모습 정도는 크게 변할 것 없이 그대로일 것이다. 나머지 틀린 것은 ‘크게 변할 것’에 관한 내용이다. 필자가 십수년 GM, 폭스바겐그룹 벤틀리, 현대차연구개발본부 디자인실무자로 재직하다가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로 임용된 2014년부터 시작한 미래모빌리티에 관한 연구를 통해, 찾게 된 변화양상은 날이 갈수록 가속도가 무섭게 붙고 있다.
가장 가까운 변화는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이다. 우리는 현재의 주유소가 최근 전기차 충전시설을 추가 설치하게 되면서 점차 완전한 전기차 충전소로 변화할 것으로 생각한다. 즉 시내 구석구석에 깔린 SK, 현대오일뱅크, S오일과 GS칼텍스 주유소가 전기차 충전소로 바뀔 것이라는 생각이다. 과연 그럴까? 현재 주유소에서 텅빈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3분, 비용은 대략 10만원 내외가 든다. 하지만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급속으로 최소 30분, 비용은 7000원 정도가 든다. 이렇듯 주유에서 전기충전으로 바뀌면 시간은 10배가 더 걸리고 매출은 15분의1로 줄어든다. 결국 단위시간당 매출은 150분의1로 줄어든다. 여러분이 주유소 사업자라면 현재 도로변에 위치해 땅값도 임대료도 비싼 그 주유소를 충전소로 바꾸어 운영하겠는가? 자본주의 경제논리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전기차 충전소는 그 모양을 달리해서 곳곳의 주차장에 설치될 것이고, 실제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모습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 도심 도로 곳곳의 주유소는 전기차의 도래와 함께, 내연기관차의 종말과 함께 모두 사라지게 된다.
두번째 변화는 자동차 정비소의 모습이다. 우리가 아는 자동차정비소는 기름범벅의 시커먼 기계와 찌그러진 차체가 가득한 판금·도장 수리를 하는 공장이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능의 전기차 보급으로 차량간 충돌이 아예 사라진다. 판금·도장과 사고수리는 전혀 없고 모터와 배터리, 인버터,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을 손보고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는 정비소의 모습으로 바뀐다. 오일교환, 판금 도장 시설이 없으므로 간단한 형태의 작업과 사무공간만 있으면 충분하다. 주변에 촘촘히 깔린 삼성, 엘지전자의 가전 AS센터처럼 소규모에다 접근성은 좋게끔 센터의 수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현재 성업중인 판금·도장과 사고수리 중심 정비소는 내연기관차의 종말과 함께 사라진다.
세번째 변화는 보험의 모습이다. 현재의 자동차보험은 99.9% 차량사고를 매개로 설계되어 있다. 차량과 인적손실 정도에 따른 보상과 계약기준 등 현재의 보험형태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자율주행차 시대와 함께 바뀔 것이다. 사고가 나지 않는데, 대인 대물 사고 기준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마지막 변화는 자동차 제조사의 변화다. 모터와 배터리 중심의 전기차 사업에 구글, 애플은 물론 삼성과 엘지까지 뛰어든 현재의 상황은 기본이고, 모빌리티변화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마차시대를 대충 건너뛰고 갑자기 자동차시대를 맞은 우리나라는 낯설지만, 인구 수백만에 이르렀던 근대 유럽과 미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2인승부터 수십명이 타는 합승버스마차까지 다양한 마차를 생산하며 거대 산업을 형성했던 수많은 마차제조기업들이 내연기관자동차 제조사로 변화하며 살아남은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우리가 잘 아는 토요타는 방적기 회사였고, BMW는 항공기 엔진기업이었는데 모빌리티 변화시점에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어 오늘의 대표 자동차기업이 됐다. 우리 현대차도 마차를 단 한대도 만들어본 적이 없지 않은가? 똑같은 변화가 지금 100년만에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10년 후 타게 될 전기차에 과연 익숙한 자동차기업 엠블렘이 붙어 있을까.
정연우 UNIST 디자인·공학 융합전문대학원 교수
<본 칼럼은 2016년 7월 12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미래 모빌리티와 대한민국 : 곧 달라질 우리의 미래’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