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의 유전 정보의 차이에 기초하여 치료를 하려는 의생물학 분야의 맞춤형 의학 (Personalized medicine) 혹은 정밀 의학 (Precision medicine)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떠한 노력들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그리고 지난 달에는 DNA 손상 복구 과정의 차이를 타깃하여 어떻게 맞춤형 의학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 보았다. 이번 달 부터는 맞춤형 의학, 정밀 의학을 우리 사회에 성큼 다가오게 할, 최근 들어 새롭게 개발되어진 새로운 기술들과 이러한 기술의 발전으로 펼쳐질 우리 미래의 치료 방법의 혁신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 한다.
최근 들어 유전학자들에게 가장 놀라운 기술의 개발을 말하라고 한다면, 유전자 가위 기술을 꼽을 것이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DNA의 이중나선의 특정 부위만을 자르는 기술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이런 기술이 왜 그렇게 각광을 받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 유전공학의 시초가 된 유전자 조작 기술부터 알아야 할 것 같다.
20세기 중반에 DNA가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과학자들은 특정한 유전자 (DNA로 구성된 단백질을 만드는 개개단위)를 전체 게놈에서 떼어 내, 이를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에 넣어서 많은 양의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려고 했다. 이를 위해 특정 유전자, 예를 들면 인슐린 유전자를 전체 게놈에서 떼어 내야 하는데,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제한 효소 (Restriction enzyme)의 발견이었다.
제한 효소는 DNA의 특정 염기 서열을 인식하여 그 부위의 DNA 이중 나선을 자른 뒤, 잘라 낸 특정 유전자를 과학자가 원하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 넣어 인슐린 같은 필요한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유전자 조작 방식은 유전자 증폭 방식 (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의 개발과 함께 유전공학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러한 방식의 유전공학은 특정 단백질 생산과 이의 연구에는 도움이 많이 되었지만, 환자가 가지고 있는 염기 서열을 바꾸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1990년대에 들어 환자가 가지고 있는 돌연변이 (염기 서열의 차이)를 바꾸는 대신,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정상적인 유전자를 환자에게 도입하는 유전자 치료 기술 (Gene Therapy)이 도입되었다. 초기에는 유전자 치료 기술이 효과를 보여, 미래 의학의 획기적인 발전이 기대되었다. 그러나 치료를 받은 환자가 무해할 줄 알았던 바이러스의 인체내 암화 유전자 활성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백혈병이 발병되면서, 다른 방식의 유전자 치료 방법 개발이 절실해졌다. 결국 환자가 가지고 있는 돌연변이 자체를 바꾸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유전학자들은 진화적으로 하등생물부터 고등생물까지 모두 DNA의 상당 부분을 치환할 수 있는 기작이 있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유전자 재조합 (Recombination)이라 하는데, 하등생물에서는 유전자 재조합 과정이 자주 일어나지만, 진핵 생물과 같은 고등생물에서는 그렇게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진행생물인 효모의 연구에서 유전자 재조합 과정이 재조합 하고자 하는 유전자 부위의 이중나선을 절단하면 재조합 빈도가 수천, 수만매 증가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는 효모뿐 아니라 고등생물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임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발견은 유전자 치료를 위해 환자의 돌연변이 부위의 DNA의 이중나선을 절단하고, 돌연변이가 없는 유전자를 넣어 유전자 재조합을 하면, 근본적인 환자의 돌연변이를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발견 후에도 환자의 돌연변이 주위의 DNA에 있는 염기서열을 정확하게 인식하여 다른 게놈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이중나선을 절단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아,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치료 기술의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에 염기서열을 인식하여 게놈상의 특정 부위에 이중나선 절단을 할 수 있는 1세대 유전자 가위, 징크핑거 뉴클레이즈 (Zinc Finger Nuclease, ZFN)가 현실화 되었고, 2세대 유전자 가위인 탈렌 유전자 가위(TALEN; Transcriptor Activator-Like Effector Nuclease)가 불과 몇 년 뒤에 개발이 되었다. 1세대, 2세대 유전자 가위들은 그 제작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서 유전자 재조합 연구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으나, 현실적으로 유전자 치료에 적용되는데는 많은 허들이 남아있었다.
이러한 때에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 캐스9 (CRISPR-Cas9) 이 발견되었다. 이는 박테리아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외부에서 침입한 DNA를 절단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었는데, 이를 응용한 가이드 RNA라 불리우는 비교적 제작이 간단한 크리스퍼와 캐스9 이라는 단백질 하나를 이용하여 게놈상의 어느 부위라도 염기 서열을 인식하여 이중나선의 절단을 유도할 수있게 되었다.
최근들어 3세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여 세포치료, 동물의 유전자 변이, 농작물의 변이와 같은 많은 기술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3세대 유전자 가위의 효능을 높이는 많은 연구가 보고되고 있고, 실제로 임상에 적용하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김진수 단장님께서 이끄는 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이 이 분야의 선도 연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는 여러 유전적 돌연변이의 치료에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법이 사용되어 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1990년대에 있었던,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의 실패를 거울로 삼아서,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법은 동물 실험과 같은 많은 초기 안전 실험을 거쳐서 적용을 해야 할 것이다.
명경재 UNIST 특훈교수/ 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장
<본 칼럼은 2016년 7월 15일 울산매일 3면에 ‘[명경재 칼럼] 맞춤형·정밀 의학 가능케 하는 과학 발전 : 유전자 가위’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