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석유·상품)거래소간 합병은 왜 진행되고 있는가 ?
지난 6월 23일 국민투표를 통해 영국은 EU를 떠나기로 한 소위 브렉시트(Brexit)가 최종 확정됨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은 연일 요동치며 후폭풍을 맞다가 지금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금년 3월 중순경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슈가 있었는데 영국의 EU탈퇴에 대비하기 위해 영국과 독일 증권거래소가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즉 영국의 런던증권거래소(LSE)와 독일 도이체 뵈르제가 합병해 초대형 거래소를 만든다는 것으로서 합병후 시가총액은 303억 달러에 이르고 유럽 최대 거래소, 세계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 상품거래소(CME,319억 달러)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했다.
두 거래소가 통합되면 미국의 CME그룹, ICE그룹(InterContinental Exchange)등 미국업체에도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왜 이런 거래소간 합종연횡이 진행되고 있는가? 이를 파악하려면 최근에 있었던 거래소간의 흡수·합병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2000년대 초엔 주로 주식거래소간의 합병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엔 주식과 파생상품간의 결합 또는 이 두 기능이 있는 종합거래소간의 결합의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우선, CME는 2002년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마련한 막대한 돈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7~2008년 사이 M&A를 통해 경쟁사인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와 뉴욕상업거래소(NYMEX), 캔자스시티 상품거래소(KCBT)를 차례로 인수함으로써 시가총액이 319억 달러에 이르는 글로벌 거래소 그룹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UK 탑코(UK Top Co)는 브렉시트에 대비하기 위해 영국의 런던증권거래소(LSE)와 프랑크푸르트증시를 운영하는 독일의 도이체 뵈르제가 지난 3월16일 합병해 탄생한 거래소 그룹으로서 시가총액 303억 달러,유럽 최대, 세계 2위의 거래소 그룹이 되었다. 이 그룹 역시 인수 합병을 통해 성장해 왔으며 기존의 이탈리아 증권거래소,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장외거래 플랫폼인 360T,국제예탁결재기관인 클리어스트림, 프랑크푸르트 전자거래시장 XETRA등과 LSE를 통합·운영함에 따라 유럽 금융중심지인 런던-프랑크푸르트와 나머지 유럽지역을 연결하는 금융인프라가 구축되었다.
ICE는 2000년 BP, Shell,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등이 천연가스거래를 위해 설립된 파생상품전문회사로 출발했으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마련한 후 런던의 국제석유선물거래소(IPE)를 합병 했다. 이어 2006년 암스테르담, 브뤼셀, 파리,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등을 아우르는 EURONEXT를 합병했다, 급기야 2013년엔 10년밖에 안된 신생기업이 200년 역사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100억 달러에 매입·합병함으로써 미대륙과 유럽시장을 하나로 통합하는 세계 3위의 거래소 그룹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와 같은 거래소간의 합종연횡(合從連橫)의 배경엔 몇 가지 이유가 감지된다. 첫째,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파생상품시장을 결합시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함은 물론 고객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편리한 시장 접근성등 효률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성장과 확장이 필요하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파생상품시장을 누가 선점해서 지배적 위치에 오를 것인가가 관건인 셈이다. 둘째, 덩치를 키워 소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비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UK 탑코의 사례만 봐도 이번 합병으로 년간 5억 달러정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셋째, 거래소 사업이 국경을 넘나들고 24시간 영업체제로 전환되는 상황하에서 글로벌거래를 선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즉, 거래소간 통합a지주회사 설립a재상장(시장자금조성)a대규모 재투자a규모의 경제 달성 선순환 구조를 이뤄가는 것이다.
증권(석유·선물·상품)거래소의 합종연횡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위에서 석유(증권) 거래소간 인수합병사례 및 배경을 간략히 살펴 봤다. 사실상 서방거래소의 활발한 움직임에 비해 亞 지역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분위기다. 특히, 동북아 오일허브를 추진하는 우리 입장에서도 시사하는 점이 자못 크다.
우선, 석유물류 허브·석유트레이딩 허브·금융 허브로 추진하는 발전단계에서 오일허브 완결판인 금융허브 구축을 위해선 시간을 갖고 폭 넓은 심층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석유상품시장을 증권·선물시장으로부터 독립시켜 시작할 것인지, 통합할 것인지 등 대외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답변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작년 말 출범한 중국의 “상하이 석유상품거래소(INE)”등과의 국제적 협력관계는 필요한 지, 우리의 포지션을 어떻게 가져가야 국익의 극대화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끝으로 거래의 투명성, 신뢰성, 대고객 편의성 및 효률성, 나아가 거래소의 성패를 좌우하는 막대한 투자비와 첨단 IT기술을 요하는 거래의 플랫폼은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등등 많은 질문에 답을 차근차근 찾아가야 할 것이다.
김관섭 UNIST 경영학부 초빙교수
<본 칼럼은 2016년 7월 18일 울산매일 20면에 ‘ 증권(석유)거래소의 합종연횡과 그 시사점’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