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4년 전 그리 멀지 않은 이웃나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초대형 지진과 쓰나미에 의하여 파손이 되어 인적 물적 피해를 가져다준 일을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영화 ‘해운대’에서 바닷물이 무서운 기세로 밀려오는 장면들이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인위적인 실수가 아닌 자연재해로 일어난 대형 원자력사고는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가 처음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방사선에 의한 직접적인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의 거대함에 인간은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4년 전의 안타까움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바라면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반도의 방사선 환경 안전에 대하여 되짚어 보고자 한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도호쿠 미야기현 동쪽의 북위 38.1도 동경 142.5도, 깊이 24 km의 해저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하였다 (우리나라는 북위 33도〜43도, 동경 123도〜133도에 위치함.). 이 때문에 발생한 약 15 m 높이 (원전 설계 기준에 따른 해수면으로부터 원전부지의 높이는 5.7 m)의 예기치 못한 초대형 쓰나미로 인해 인근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침수되고 원자로 비상냉각 기능이 상실되었다. 결과적으로 수소 폭발이 발생하여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발전소 격납빌딩 바깥으로 방출되는 사고로 이어졌다. 방사성 요오드 (I-131), 방사성 세슘 (Cs-137 및 Cs-134) 등과 같이 핵분열 때 발생하는 방사성 핵종들이 대기나 해양으로 방출되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기에 이르렀다.
1986년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시 방출된 방사성 핵종의 양에 비해 1/10 수준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사고 초기 한반도에서는 I-131, Cs-137 및 Cs-134가 빗물에서 극미량으로 검출되었다. 대구 및 대전 등 일부지역의 대기에서는 방사성 은 (Ag-110m)이 검출되기도 했다.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에서는 I-131이나 Cs-137 등과 같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해수나 해양 생물에 대하여도 사고 이전의 평상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토양에서도 I-131은 검출되지 않고 있으며 Cs-137 등은 과거 강대국들에 의한 핵실험으로 나타나는 수준으로 검출되고 있다. 이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방사성 물질이 직접 한반도로 유입되지 않고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오는 동안 방사능 농도가 매우 약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수치적으로 따져 본다면 후쿠시마 사고에 의한 방사선이 우리나라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연간 자연방사선에 의한 피폭선량의 수천분의 1 수준으로 무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현상과 얽혀 복합적으로 발생한 대형 사고가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항상 내재되어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국의 지방 방사능 측정소는 15개로 확대 되었으며 이를 포함한 수많은 정부 및 민간 환경방사선 감시 센터에서는 우리나라 방사선 환경의 안전을 연중 확인하고 있다.
특히, I-131, Cs-137 및 Cs-134와 같이 인체에 해로운 방사성 핵종들에 대한 감시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Cs-137은 반감기 (방사능이 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가 약 30년으로 반감기가 8일인 I-131에 비하여 오랜 기간 동안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여름철 많은 해수욕 인파가 몰려드는 우리나라 동남해안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선적으로 어떠한 영향이 없는지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남해 (설리 외 4개 지점), 통영 (공설), 거제 (덕포 외 2개 지점), 부산 (일광 외 3개 지점) 및 울산(일산 외 1개 지점)의 16개 지점에서 채취((2013년 9월 채취)한 해저토 및 해변토에서 Cs-137 및 Cs-134는 최소검출한계 미만으로서 과거 1960년대 핵실험에 의한 방사능 수준 이하임이 확인되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동남해안의 토양은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방사선 환경에 대한 특이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자연 재해가 원인이 되어 일어난 초유의 이웃나라 원자력 사고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수산물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하기도 했다. 이제 방사선 환경의 안전은 과거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이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과 같이 인적 오류에 대한 대응에만 국한되어서는 한계가 있다. 예기치 못한 자연 재난에 대한 대응 능력 강화, 방사성 물질 유출 등 극한 환경에서의 원격 해체 및 제염 처리 기술력 개발, 방출 방사성 물질들에 대한 국가단위의 환경영향 추적 및 평가가 포괄적으로 이루어질 때 대국민 원자력 환경 신뢰성 제고 또한 이루어질 것이다.
김희령 UNIST 교수·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본 칼럼은 2015년 3월 16일 울산매일 19면에 ‘후쿠시마 사고 이후 4년’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