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서울 출장에서 청정 하늘을 본 적이 별로 없다. 서울역에 도착해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은 미세먼지로 가득 찬 하늘, 대로변 자동차 매연, 지하철의 탁한 공기다.
한때 울산은 대기오염으로 악명을 떨친 도시였다. 그러던 울산이 지금은 아주 깨끗한 도시로 느껴질 정도로 서울의 대기오염은 심각한 상태다.
현재 환경부 과제로 서울시 유해 대기오염 물질의 공간 분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울산에서 재직하고 있는 교수가 수도 서울의 대기 질을 걱정하고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묘한 현실이다.
미세먼지 외에 가습기 살균제, 음식물이나 생필품에 함유된 유해물질, 학교 운동장 트랙과 정수기 내 중금속 검출 등 시민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는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문제에 관한 연구 결과는 논문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관련 업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개발 행위와 관련된 환경문제는 필연으로 사회 갈등을 유발한다. 환경에 변화를 일으키는 사건·사고는 특정 업종이나 계층,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작용하는 사회문제다. 환경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할 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민 건강을 위해 선의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결과를 발표해도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수 있고,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일으킬 소지도 안고 있다.
환경문제에 좀 더 슬기롭게 대처하려면 일반인, 전문가, 환경단체, 정부기관, 이해 당사자, 언론 등 사회 전반의 소통이 중요하다. 지난 5월 환경부의 고등어 미세먼지 유발 발표는 이해 당사자와의 소통 없이 일방으로 제기돼 더 큰 문제로 비화됐다. 일선 환경 연구인이 일반인이나 이해 당사자를 마주할 기회는 일부 공청회 등을 제외하고 거의 없다. 언론 매체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거나 보도 자문역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소통 문제가 발생한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환경문제를 비전문가에게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문 기고는 어느 정도 정리해서 논리 정연하게 설명할 수 있지만 방송 인터뷰는 의도와 달리 짧게 편집된 발언만 나감으로써 당혹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이 때문에 방송에서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세부 실천 방안은 무엇이 있습니까`라고 물어 오면 `외출을 자제하고, 실외 활동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실내에서 공기청정기 사용을 고려하라`는 상식 수준의 답 이상을 내놓기가 어렵다. 언론과 전문가는 복잡한 환경문제를 좀 더 쉽게 설명하고 전달할 수 있는 상호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환경문제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전문가가 직접 현장을 찾아 실태를 파악하고 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 활동으로 적극 소통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각종 환경문제의 근원을 추적하다 보면 문제의 원인을 구명하기는 쉽지만 해결 방안은 정치·경제 사회계의 타협 문제로 귀결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언론의 적극 참여도 빼놓을 수 없다.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상당수 환경문제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부 전문가의 관심과 연구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여전히 존재한다.
언론이 환경문제를 자주 소개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 공감대를 형성해야 정부와 기업 등 해결의 열쇠를 쥔 주체가 좀 더 빨리 개선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과학기술 대중화에 발맞춰 전문 연구인과 언론 간 적극 소통에 기반을 두고 환경문제를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열린 마당을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최성득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6년 7월 29일 전자신문 19면에 ‘ [전문가 기고] 환경문제와 열린 소통’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