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이 운영하는 벤처회사가 고생 끝에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같이 기뻐한 적이 있었다. 투자내용 중에서 관심이 가는 부분은 투자금 중 나머지 반은 중국과의 합자회사 설립이 완료되는 시점에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투자업계에서도 중국시장을 그만큼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앞서 해당 회사가 합자회사 설립검토를 위해 중국 파트너를 찾아다니는 과정을 보면서 인상 깊은 것이 있었다. 첨단업종의 경우에는 중국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가지고 한국기업 유치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도 가장 선호하는 상해와 북경 지역만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상해의 경우 남쪽에 위치한 펑센개발구에 22개동의 유럽식 단독건물로 구성된 중한창업혁신파크를 올해 개장했고 유망기업 유치를 위해 서울사무소를 열어 한국의 유망 벤처기업을 찾아다니고 있다. 북경의 경우에는 중국 과기부 소속 국영기업인 중관춘발전집단과 민간기업이 벤처인큐베이션을 위해 공동으로 만든 이노즈(Innoz)라는 회사에서 중국에 진출하려는 한국기업에 대해 건물임대를 포함한 현지정착에서 투자까지 패키지로 지원해 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오렌지팜과 같은 국내 인큐베이션 센터와 협력, 중국진출 전단계에서부터 유망기업들을 발굴해 지원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필자는 왜 자국기업이 아닌 한국기업들을 발굴하고 유치하기 위해서 저렇게 한국까지 와서 노력하는 것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최근 중국의 한국기업 유치노력을 알아보기 위해 각종 자료들을 살펴보니 더 놀라웠다. 작년 체결된 한중FTA 제17장에 규정된 한중산업단지 관련 내용을 토대로 중국에서는 웨이하이(威海), 칭다오(靑島), 옌타이(烟台), 지난(濟南), 옌청(鹽成), 원조우(溫州), 다롄(大連), 옌벤(延邊), 충칭(重慶) 등 많은 중국 지방정부들이 한중산업단지를 경쟁적으로 설립하거나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 지방정부들은 기존 한국기업뿐만 아니라 창업단계의 기업까지 유치하기 위해 초기 임대료를 면제해주거나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금융지원에서 세제혜택에 이르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각종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는 동대문 의류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한류열풍으로 중국인들에게 한국 의류제품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동대문에서 한국 의류제품을 사다가 중국 전역에 공급해 급성장을 이룬 중국회사들이, 최근에는 기존 무역중심의 사업 형태에서 벗어나 기술력 있는 패션 중소기업을 발굴해서 투자를 하고 중국시장에서 브랜드화시켜 성장하는 것을 돕겠다고 한다.
기술력은 있지만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이 같은 중국의 러브콜은 정말로 고마운 일이고 어찌보면 중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이러다가 좋은 우리기업들이 합자회사 형태로 중국에서 현지화되면서 기술력까지 모두 넘어가는게 아닌가하는 기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중국이 이렇게 열심히 우리 기업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데 우리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됐다.
다행히도 이번 정부의 핵심가치인 창조경제라는 정책을 중심으로 각종 창업지원 및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중기청의 팁스(TIPS, 민간투자주도형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은 1억원의 엔젤투자를 받는 창업팀에 대해 최대 9억원까지 정부지원을 매칭해주고 인큐베이터 공간에 입주해서 체계적인 보육과 멘토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기술력과 기업가정신을 가진 창업자들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일 것 같다. 다만 최근의 우리나라 투자사들이 바이오 등 특정 분야 선호도가 높아서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하는 많은 창업자들이 얼마나 수혜를 받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최근 울산지역은 조선과 같은 기존 주력업종의 상황이 어려워져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을 발굴해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로 인해 울산지역은 상대적으로 벤처투자가 활발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위기의식을 갖고 산학연관이 다시 한번 힘을 합쳐서 울산지역에 기술력 있는 벤처회사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모두가 그리는 미래 먹거리 산업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김재준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6년 8월 5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중국의 한국기업 유치 노력 살펴보기’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