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9대 국가프로젝트의 하나로 자율주행차를 선정했다. 세계 유수 자동차메이커들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이면 완전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된다. IOT나 클라우드컴퓨팅 등 시공간의 제약을 막 넘기 시작한 모바일 라이프가 완성되는 것으로, 3차원에 기반한 우리의 삶이 4차원으로 올라서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스스로 목적지로 운행해주는 자동차를 4년, 늦어도 5년 이내에 구매하고 탈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니까 좀 편리하겠다는 정도라면, 이 글을 더욱 정독할 필요가 있다.
일상의 장면들을 상상해보자. 먼저 아침에 당신은 자율주행차를 타고 출근하며 편안히 아침식사를 할 수 있고, 아침잠을 청하거나 뉴스를 보거나 업무를 준비할 수도 있다. 그 다음 장면은 가히 엄청나다. 출근 후 당신 자동차가 스스로 돈을 벌어온다는 사실. 당신이 직장에서 업무를 보는 동안, 자율주행차는 무인택시가 되어 스스로 손님을 태우고 운행을 하며 돈을 번다. 퇴근시간에 맞춰 자녀를 어린이집에서 태우고 와서 함께 귀가하거나, 중간에 배우자가 합승하여 근사한 저녁을 먹으러 갈 수도 있다. 밤에는 스스로 세차나 충전을 하고 야간택시가 되어 또 돈을 벌어올 수도 있다. 어떤가? 운전도, 면허도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쓰지 않을 때에는 당신에게 돈도 벌어주는 자동차인데 귀가 번쩍 뜨이지 않나?
최근 오작동에 기인한 사망사고 때문에, 자율주행기술은 신뢰할 수 없고, 시기상조라는 의견은 미래를 기술의 명암으로만 판단하는 단견이다. 운전 중 갑자기 의식을 잃은 위급한 상황에서 테슬라자율주행기능의 도움으로 운전자가 무사히 병원으로 갈 수 있었던 최근 뉴스에서 보듯, 자율주행차는 인간의 실수와 판단착오, 위급상황 등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확률을 0에 가깝게 줄여주기 때문이다.
정작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변화라는 태풍이다. 제일 먼저 현재의 택시는 10년 이내에 사라진다. 택시, 버스, 트럭 운전사라는 직업이 없어질 것이므로 당사자와 해당 사업자, 지자체, 정부는 이에 대비해야 한다. 개인소유 자율주행차가 서비스네트워킹을 통해 무인택시로 기능하게 됨에 따라, 도시내 단거리 교통수단기존의 택시, 시내버스 사업이 소멸되고, 도시간 중장거리 교통수단은 대형화, 고속화되어 새 개념의 고속버스나 고속철도, 하이퍼루프 등으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차량간 음식배달, 모바일 충전 등 이동중인 차량에 음식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모바일 물류, 기술사업이 새로 생겨날 것은 신 사업 기회요소다. 자율주행과 통제기능으로 충돌사고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 자율주행차는 범퍼와 운전대, 안전벨트가 없고, 라운지 같은 인테리어를 갖추고, 철이 아닌 경량 신소재로 만들어 짐에 따라, 현재와 전혀 다른 구조와 디자인의 차량을 거대한 프레스설비가 아니라 다양한 소재를 뽑아내는 수천대의 3D 프린터로 가득한 공장에서 생산할 것이다. 점점 더 짧아지는 유행 주기와 디자인 차별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다품종 소량생산 혹은 개별디자인 개별생산 체제로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S센터, 정비소, 자동차보험의 형태가 바뀔 것은 당연하다.
스스로 운전하고 돈도 벌어오며, 택시를 사라지게 하고 온갖 산업과 사업을 송두리째 바꿀 자동차. 우리가 매일 옷 갈아 입고 폰 케이스 갈듯, 원하는대로 내외장 디자인을 바꾸고 모터-배터리 모듈을 교체할 수 있는 자동차와 만나는 날은 이제 길어야 5년 남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굳이 국가가 나서지 않아도 기업끼리 기술경쟁으로 벌써 보편화되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개발’이 아니라, ‘변화의 콘텐츠를 먼저 찾아 선점하는 것’이다. 태풍이 온다.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게 다시 묻는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정연우 UNIST 디자인·공학 융합전문대학원 교수
<본 칼럼은 2016년 8월 16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2020년 자율주행차 태풍의 시작 “뭣이 중헌디?”’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