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의사의 진단서 없이, 국민들은 거울을 살수도, 볼수도,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 사진을 마음대로 쓸 수도 없다. 이게 모두 ‘의료정보’로 얼굴색과 모양은 그 사람의 건강상태에 대한 아주 중요한 정보를 간직하기 때문이다. 또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사진기를 살수도, 쓸수도 없고, 사진을 찍어서는 안된다. 민감한 나이에, 자신의 사진을 보고, 너무 예민하게 반응해 못생긴 얼굴을 비관해 자살을 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위는 허구의 시나리오다. 그런 세상이 오면 국민들은 헌법에 보장된 자율과 자유를 침해당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굴이상으로 중요하고 정확한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의사들 허락 없인 살수도, 볼수도, 확인할 수도 없다. 국민들의 유전자정보를 ‘의료정보’로 정의를 내리고, 개인이 자신들의 유전정보를 확인할 수 없도록 규제를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무지한 국민들이 돈에 눈먼 일부 의사에 의해 유전자검사 사기를 당하는 것을 막고, 민감할 수 있는 개인 유전자 정보를 본인 혹은 타인이 알 경우 비관해서 자살을 한다든지 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 그 이유다.
이런 규제는 크게 잘못되었고, 빨리 고쳐야 한다. 미래 의료와 건강관리는 개개인이 더 큰 권리를 가지고 주도적으로 하는 시대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것이 의료혁명 혹은 의료 민주화이다. 그 의료와 건강관리의 민주화, 대중화의 중요한 요소가, 개개인의 유전자 검사 자치권이다. 적절한 보완책으로 안전하게 유전자 정보의 활용을 극대화 할수 있다.
인간이 가진 모든 유전정보는 그 개인이 원할 경우 의사의 허락없이,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60억쌍이나 되는 엄청난 양의 사람의 유전자 정보, 혹은 게놈 정보는 ‘의료정보’가 아니다. 이 것은 방대한 양의 과학기술 정보이다. 그 속에서 일부의 의료정보가 들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치매질병 관련한 유전자 정보가 있고, 그것이 유전 되는 가족의 경우, 치매 유전자 검사를 해서, 의사가 그것에 맞는 진단과 치료를 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전자 정보는 과학기술 정보이므로, 누구든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의사의 허락이 없이, 회사나, 연구소, 병원에서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의 네비게이션에 쓰이는 전국지도 정보를 군당국의 허락을 받아서 쓰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둘째, 개인의 유전자 정보는 개개인의 고유한 소유물이다. 국가나 의사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쓰는 것을 미시적으로 관여할 일이 아니다. 셋째, 방대한 유전자 정보는 미래 ‘바이오메디컬 산업의 반도체’이다. 바이오와 IT의 많은 기업이 이것을 생산, 처리, 응용할 때, 융복합 산업인 의료산업이 발전하고, 국가 산업 경쟁력도 향상이 된다.
넷째, 의료와 건강관리의 혁신을 통한 대중화·민주화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맞춤의료, 맞춤건강 혁신은 방대한 유전정보가 의료에 활용이 될 때 가능하다. 옛날 컴퓨터는 워낙 크고, 비싸서, 운영이 어려워, 일부 정부기관과 큰 기업에서만 사용하던 때가 있었다. 퍼스널 컴퓨터가 나온 뒤로, IT기술의 민주화와 대중화가 되었다. 이제는 조그만 개인 휴대폰 속에 옛날 한 국가가 보유한 양 만큼의 수퍼컴퓨터 용량이 들어가 있다. 그것들로 인한 맞춤형 정보 혁신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매일 아침 일어나 거울을 볼 때 마다, 의사의 허락없이도 자신의 얼굴을 보고, 얼굴이 부었는지, 안색이 좋은지, 나쁜지를 볼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그처럼 규제 없는 유전자 검사 세상이 빨리 와야한다.
박종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5년 3월 24일 경상일보 19면에 ‘의료와 건강의 민주화’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