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숨을 잘 쉰다. 젖먹이 시절부터 종종 한숨을 쉬는 버릇이 있었는데,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땅 꺼지겠다” “한숨 쉬지 마라. 안 좋다” 등 부정적 의미의 핀잔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필자는 심각한 고민이나 삶이 고달파서 한숨을 쉰 것이 아니었다. 한숨을 쉬면 시공간적 상황이 리셋(Re-set)되며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말하면 일종의 심호흡과 같은 행동이었다. 아무도 심호흡을 부정적이거나 금기시할 행동으로 여기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필자에게 한숨이란 긍정적 습관이다.
사실 요즘은 (부정적) 한숨거리가 많다. 좁게는 필자의 스트레스 가득한 초를 다투는 일상에서부터, 만성 수면부족과 동시다발적 프로젝트 수행, 이런저런 고민거리는 물론이요, 넓게는 급변하는 우리 삶에 대한 상황인식, 경기침체, 산업변화와 대한민국의 미래, 사드배치 논란, 엊그제 또 터진 북한 핵실험까지 한숨 쉴 일 천지다. 그 예상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보면 참으로 걱정되고, 더러는 허망하기가 이를데 없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며, 우리 사고의 방향은 항상 긍정력을 담보로 발전성을 띤다. 그것은 단순히 몇 가지 사실을 엮은 근거로 예측하는 필자만의 청사진이 아니라, 인류의 문명사를 걸쳐 증명해온 통사적 팩트다. 지진과 해일, 가뭄과 홍수같은 천재지변, 생존을 위협했던 질병의 지구적 창궐, 온 세상을 불행하게 만들었던 세계대전의 광기, 이데올로기 우월성 경쟁으로 수십년 지속된 자본주의 VS 공산주의 냉전도 세계3차대전 같은 부정적 결말 시나리오와 달리 결국 긍정성에 의한 발전으로 귀결되지 않았던가.
그러니 괜찮다. 북한이 수백 번 핵실험을 하더라도 또 그 핵실험이 반복될수록,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전 세계가 합심해 핵 위협을 제거하고 평화의 균형을 찾아낼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사태를 겪으며 재발을 방지하고,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과학적-공학적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곧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어낼 것이다. 뼈아픈 세월호 참사를 겪은 우리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안전관리와 재발 방지 대책에 관한 매뉴얼과 시스템을 재구성하고 있지 않은가. 석유자원의 유한성과 수급 전망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태양열, 지열, 파력, 조력 등 다양한 방식의 대체 발전기술을 개발하고 그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석유자원을 100% 대체하는 에너지 수급구조를 가질 것이다.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질수록 미세먼지, 유해가스, 이산화탄소의 농도증가를 막거나 줄이는 기술적 대응과 진보는 빨라지고, 사회적 합의는 강화되는 기후 협약과 새로운 환경 협정의 체결을 만들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그 발전 속도를 갱신하는 신소재 개발과 상용화는 머지않아 후기 철기시대에 속하는 우리 문명을 다음 단계로 진입시킬 것이다.
인류 문명은 발전할 뿐 퇴보하지 않는다. 우리 세대는 분명히 부모세대가 갖지 못한 양적 풍요와 발달된 시스템을 누리고 있다. 물론 강도 높은 부작용과 스트레스도 함께 지니고 있지만, 후자의 위험을 우려해 과거 시대로 회귀하는 사회나 국가는 없다. 오히려 지혜를 모아 시스템의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을 찾으며 더욱 고도화하고 있지 않은가? 다시 말해 이것은 인류가 가진 긍정력이라는 DNA 덕분이다. 현재에 존재하며 미래를 만들어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과 오늘보다 더 밝은 내일을 위한 ‘창조’와 ‘혁신’, ‘통찰력’이다.
2026년 추석 연휴를 앞둔 오후 5시쯤 우리는 약속한 삼산동 어느 식당으로 스스로 이동하는 자율주행 전기차 안에서 16분에 서울~부산을 주파하는 하이퍼루프 경부선 도입뉴스를 보면서, 친구와 함께 소파에 둘러앉아 근사한 저녁식사 메뉴를 고르고 있을 것이다. 운전과 교통 체증에 대한 스트레스 따위는 당연히 없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부상자를 알려주는 전광판이 사라질 그날을 고대하며, 오늘도 전진하는 나의 일상과 우리 과학기술과 인류문명에게 찬사를! 해피 추석!
정연우 UNIST 교수 디자인·공학 융합전문대학원
<본 칼럼은 2016년 9월 12일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인류 문명의 긍정력, 밝은 미래에 관한 상상’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